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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운명의 갈림길…삼성전자 앞날은 [취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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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증권부 정재홍 기자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정 기자, 앞서 홍헌표 기자가 짚어준 것처럼 이번 2심 판결이 1심과 다를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검찰 구형대로라면 다시 법정 구속 신세잖아요.

<기자>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삼성전자 경영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일텐데요. 최근 삼성전자가 부정적인 경영 상황에 놓이고 주가 하락도 지속되면서 '이재용 없어야 더 잘 된다' 이런류의 얘기도 나오는 게 사실이잖아요. 반대로 총수 부재로 투자가 줄고 위기가 더 악화될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삼성전자의 실적, 설비투자의 상관관계는 크게 없습니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국정농단 사태부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건에 연루되면서 이 회장도 구속과 석방 다시 구속되는 지난한 세월을 보낸 바 있죠.

보시는 그래프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고조됐던 지난 5년간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 추이를 보여줍니다. 이 회장이 국정농단 1심 뇌물 사건에서 징역 5년을 받고 법정구속된 2017년 삼성전자는 당시 사상최대 실적인 연 53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둡니다.

설비투자 금액도 전년대비 79% 급증한 43조 원대를 기록합니다. 이 회장은 이듬해 항소심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데, 오히려 2018년 설비투자 금액은 29조 원대로 하락합니다. 2017년은 반도체 호황 초입이었고, 2018년은 업황 정점을 찍고 투자를 조절하던 시기입니다. 이런 양상은 2021년 이 회장이 재구속됐다 풀려났던 때도 변함 없습니다.

이미 삼성전자 경영 환경은 총수의 사법리스크와 구분된다고 보여집니다. 단,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 사례가 8년 전 오디오 전장 기업 하만에 멈춰있는 건 사실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법리스크가 삼성전자 주가에는 영향을 끼쳤는지도 궁금한데요. 최민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정농단부터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까지,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가 어느덧 10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간은 2017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이재용 회장이 검찰 국정농단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도 1심 선고를 받아도 주가는 모두 1%대 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사법리스크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겼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피의자 조사와 선고 발표 등 법정 공방이 있을 때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팔아 치웠는데요.

반면 이재용 회장이 경영활동 복귀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은 매수세로 전환했는데요. 일 년 전 무죄 선고날에는 1천억 원 넘게 순매수했습니다.

실제 오늘 선고를 앞두고 외국인은 관망모드에 돌입했는데요. 오늘을 포함해 8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며 1조 4천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도 2년 만에 50%가 깨졌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95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갔는데요. 반도체 업종 평균이 1.1배, SK하이닉스가 2.1배인 것과는 대조적이죠. PBR 1배 미만이라는 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전부 매각할 때보다 현 주가가 저렴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재용 회장의 재판을 앞둔 삼성전자의 주가의 현상황과 외국인 수급 동향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앵커> 네. 이 회장 사법리스크에 따른 주가 상황까지 살펴봤고요. 정 기자,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지난 5년간 이 회장의 재판 횟수만 100차례 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항소심 결론에 따라 총수 이재용의 행보에는 큰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이죠?

<기자> 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벌금 5억 원에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회장 입장에선 재판부 판결에 따라 최악의 경우, 다시 구속될 수 있는 겁니다. 이미 삼성 총수 중 유일하게 구속 경험이 있는 이 회장으로서는 3번째 구속도 염두해 둬야는 것입니다.

반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되면, 이 회장을 옥죄던 사법리스크는 크게 해소됩니다.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게 법조계 의견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삼성전자 회장 자리에 취임했습니다. 회장에 올랐음에도 직접적으로 경영 메시지를 낸 적은 아직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추도식 오찬이나, 항소심 최후진술 등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하자". "위기를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가겠다"라고 강조한 게 전부입니다.

지난해 9월 국민연금이 이 회장을 향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등 소송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정농단 사태부터 10년 가까이 전개된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적극적인 이 회장의 경영 행보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됩니다.

<앵커> 악재에 갇힌 삼성전자, 기업 차원뿐 아니라 임원들까지 주가 부양에 칼을 빼들었는데요. 최민정 기자, 얼마나 매입했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4개월째 5만전자에 갇힌 삼성전자는 주가 부양에도 힘쓰고 있는데요. 오늘(3일)까지 삼성전자는 자사주 2조 7천억 원을 사들였는데요, 나머지 물량은 오는 17일까지 장내매수로 사들여 전량을 소각할 방침입니다.

통상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여 주주 가치 제고 방법 중 하나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1월까지 총 10조 원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나머지 7조 원의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임원 30여명도 삼성전자 주식 매입에 나섰습니다. 임원들의 평균 매수 단가는 5만 4천 원대로,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해석됩니다.

앞으로는 임원 성과급도 자사주로 지급되죠. 주가 하락시 자사주 지급량도 줄어드는 만큼,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동안 최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은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요.

이 회장은 설 연휴 동안 국내에 머물며 재판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폴란드, 설 연휴에는 말레이시아 등을 방문하며 2014년부터 매년 해외 현지 사업장을 점검했지만 올해는 조용한 일정을 보냈습니다.

이 회장이 재판결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도 삼성전자의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 될 수도 있겠죠.

증권가에서는 재판 결과를 통해 삼성전자가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판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밸류업 정책 등 다양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인데요. 삼성증권은 상반기 중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7만 4천 원으로 유지했습니다.

지금까지 주주가치 제고에 총력을 다하는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소식과 증권가 전망에 대해 정리해드렸습니다.

<앵커> 이 회장이 사실상 삼성 총수 역할을 맡은지도 10년이 됐습니다. 트럼프 정부 하의 반도체 패권전쟁, 중국발 AI 쇼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욱 늘어나는 모습이죠?

<기자> 네. 이건희 선대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이후 부회장 시절부터 사실상 총수 역할만 10년 가까이 맡고 있죠. 부회장 시절부터 크게 사업을 키운 분야는 크게 1)파운드리와 2)바이오입니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연달아 조 단위 수주를 따내면서 성과를 내고 있죠. 반면에 삼성전자의 가장 큰 핵심사업이었던 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는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습니다.

현재 초미세공정 수율 경쟁력을 잃으며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데, 파운드리 집중화로 메모리 설계 인력이 분산되면서 HBM 경쟁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현 상황에서 본인이 선언한 파운드리 1위 선언을 지키는 고집 보단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고요.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제고가 핵심입니다.

중국 딥시크 충격으로 트럼프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대비 중국향 HBM 공급이 높은 삼성으로선 상대적으로 더 타격이 큽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고 밝혔잖아요. 딥시크의 AI 성능과 비용 관련 논란이 있지만 AI 시장이 더 커지고, 그 시기가 빠르게 다가온다는 건 확실한 거잖아요. AI 성능의 한계를 현재로선 알지 못하기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여러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어야는데 일단 현재 수요가 높은 곳을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마침 내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한국을 방문해 삼성과 SK 경영진 회동이 예고됐습니다. 미국내 AI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 관련 일정으로 보이는데요. 최태원 회장과 더불어 이 회장의 만남 성사 여부도 관심인데요. 이 회장, 또 삼성으로서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싸이클에 어떻게든 올라타야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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