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설 연휴가 길어졌다. 이를 결정한 당정은 내수 진작 기대를 내비쳤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은 걱정이 더 크다.
연휴 기간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도 있지만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이 많아져 도심이 텅 비면 매출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 여행업계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총 엿새를 연달아 쉴 수 있게 되어 미주·유럽 등 비행시간이 긴 여행지까지도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예약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금요일인 31일까지 쉰다면 최대 열흘 설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여행사 참좋은여행은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 소식이 처음 전해진 8일 하루 80여명의 고객이 새로 예약을 했다고 밝혔다. 설 연휴 기간 여행상품 문의도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설 연휴에 출발하는 고객 중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구간 예약이 크게 늘었다"며 "유럽지역 비중은 14%, 미주 지역은 5% 정도"라고 밝혔다.
해외여행을 고려하지 않던 사람들도 급히 비행기표 등을 알아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연차를 내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여행 계획을 못 세우고 있었는데 임시공휴일이 지정됐으니 일본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에도 징검다리 휴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늘어나면 여행사들의 예약률이 증가했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2023년 추석과 지난해 10월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신규 예약이 20% 정도 늘어났다"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외식업계는 유동인구가 줄어들까 걱정이 크다. 특히 사무실이 몰려있는 오피스 상권은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강남 오피스 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여기는 주말이나 명절에는 텅 빈다. 사실 설 연휴 장사는 이미 포기하고 있었는데 월요일(27일)도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하루 매출을 또 날리게 생겼다"며 "아르바이트생한테 줄 돈보다 매출이 더 안 나올 텐데 연휴 기간에 문을 닫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택가 밀집 지역의 식당들도 긴 연휴에 해외로 가는 여행객이 늘면 타격이 있다고 걱정한다.
서울 은평구의 한 중국음식점 사장은 "쉬는 분들은 쉬겠지만 자영업자에게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많이 쉬면 해외로 가니 국내 관광지 음식점도 수요가 없을 것이고 주거지 근처 음식점은 굉장히 타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긴 연휴가 내수경기 활성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려보다는 약간 기대하고 있다"며 "연휴가 길어지면서 외식하는 분이 늘어나서 아무래도 평소보다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지역이나 업종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아무래도 지역 쪽은 경기가 활성화되겠지만 서울과 같은 도심 오피스 상가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