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자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을 해 몰락을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외신은 특히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스캔들이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며 탄핵안 통과에도 당분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품위 있는 퇴진' 기회를 줬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마다하고 비상계엄 도박의 판돈을 키우는 쪽을 선택해 몰락을 자초했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은 합법적 통치 행위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 치명타였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1%로 추락했고 보수 언론도 등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또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자신의 행동이었다"며 "계엄 도박이 결국 야당이 오랜 기간 탄핵을 위해 찾아온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 시점부터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divisive figure)'이었으며, 임기 초부터 권위주의적 경향을 보였다고 평했다.
대선 중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젊은 남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39차례나 언급하면서도 자신에 불리한 언론 보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양면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윤 대통령의 임기 중 가장 큰 부담은 김 여사 문제였다고 짚었다. 명품 가방 수수와 국정·인사 개입 의혹 등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의 상당 부분이 김 여사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끊임없는 시위와 정치적 교착상태로 점철됐고 탄핵은 그 중에도 가장 극적인 예상 밖 전개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이 깊이 분열된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서도 보수 기반에 호소하는 선택을 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WP는 일부 분석가들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넘어서는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가 없었고 그럴 의지도 없었다고 진단했다.
한 분석가는 WP에 "그건 정치가 아니다"며 "그는 공무원이었고 관료주의적 생활방식에 익숙하고 명확한 규칙, 지침, 법규 등을 동반하는 하향식 접근방식에서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탄핵안 가결에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후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야당 일각에서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책임론도 일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NYT도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내다봤다.
WP는 한국에서 불명예 퇴진 대통령이 드문 것은 아니지만 윤 대통령의 몰락은 한국에서도 특수한 사례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부패, 뇌물수수, 횡령, 권한남용과 관련된 스캔들에 휘말렸으나, 윤 대통령은 한국이 권위주의적 과거를 청산한 이후 계엄을 선포한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