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자 금융시장에서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불확실성을 해소한 국내 증시는 본격적으로 상승 재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펀더멘탈(기초 체력)과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성립 여파로 지난 9일 급락장을 경험했던 주식 시장은 이번 표결 결과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시장이 우려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탄핵안 부결과 재상정이 반복되며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고 전개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상황이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의 일정이 대략적으로나마 잡혔기에 이제는 탄핵 정국 자체를 가늠도 어려운 불확실성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9일부로 불확실성의 정점과 증시 저점이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로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하고, 인용 시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는 등 일정 윤곽이 잡혔기에, 시장이 이에 맞춰 대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치 불안이 촉발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도 잠잠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코스피·코스닥 합산)는 지난 9일 1조2천21억원을 기록한 뒤 차츰 줄어 13일 982억원으로 내려왔다.
관건은 이제 지수 상승 폭이다. 일단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은 무리 없이 회복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2,494.46으로 장을 마치며 비상계엄 사태 전인 3일 종가(2,500.10)를 상당 부분 회복했고, 코스닥은 693.73으로 사태 전(690.80) 수준을 이미 넘겼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기대감에 두 지수 모두 지난 10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상승한 결과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시장에 이미 탄핵안 가결 상황이 선반영됐고, 앞으로의 주가 방향성은 다시 국내 증시 체력과 경기 여건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지수의 강한 상승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내년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까지 1,430원대로 치솟아 외국인 수급 여건이 한층 악화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지난 13일까지 9천146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순매도 전환한 후 5개월째 총 20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최근 순매도 규모가 다소 줄긴 했으나 대형주보다는 낙폭 과대 종목에 대한 저가 매수세라는 점에서 큰 의미을 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투매는 사그라들었지만, 국내 증시를 떠나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진 점도 악재다.
지난달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액(매수+매도액)은 635억달러(91조원) 규모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편 비상계엄 사태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국고채 금리는 당분간 지금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국고채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한국에 대한 대외 신인도 평가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