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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 경제 '다섯 가지 시나리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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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인 갑자년(甲辰年)이 시작된 지도 엊그제 같은데 저물어 간다. 엔데믹 시대의 실질적인 첫해였던 2024년 세계 경제는 한 마디로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 또 다른 디스토피아 문제로 더 큰 어려움이 겪은 해로 요약된다. 이상기후, 자연재해, 전쟁, 난민, 마약, 신종 바이러스 질병 등 이루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슈퍼 엘리뇨 발생 2년 차를 맞아 이상기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아직도 실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세계 각국의 평균 온도만 고려하면 기후 목표 1.5도가 뚫리는 첫해가 될 수 있다는 2024년 초 예상이 맞을 확률이 높다. 2025년에는 슈퍼 엘리뇨가 슈퍼 라니뇨로 돌변해 또 다른 형태의 이상기후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두렵다.

각종 선거도 숨 가쁘게 치러지면서 최근처럼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질서를 잡아줘야 할 중심축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일수록 수난을 겪었다. 선진 7개국(G7) 중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교체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5년 1월 20일에는 물러난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올라프 슐츠 총리의 위상은 종전만 못하다.



세계 경제 성장률과 선진국, 신흥국 별로 권역 별 성장률은 커다란 의미가 없는 한 해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취약국이 두터워지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는 시대에서는 개별국의 성장률이 더 많이 포함될수록 '대표 지수 혹은 평균값의 함정'에 걸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과 권역 별 성장률의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 경기순환 상 침체, 불황, 회복, 성장 등 4단계와 저점, 정점의 의미가 퇴색되는 노랜딩(no landing)이 정착되는 것도 종전의 이론을 뒤엎는 뉴노멀 현상이다. 대부분 예측기관이 2025년에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23년, 2024년과 같은 3.2% 내외로 보고 있지만 이 수준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개별국가 성장률은 'I'자형, "L'자형, 'W'자형, 'U'자형, 'V'자형, 나이키형, 스네이크형 등 경기순환 상 모든 국면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랜드 러시(land lush, 원시형 경제)'가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금융위기 당시 발행한 달러 표시 부채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신흥국의 경우 사실상 국가부도 상황인 '테크니컬 디폴트'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되는 2025년 세계 경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핵심이 될 미·중 관계가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어떻게 전개됐는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들어서자 마자 '핑퐁 외교'로 상징되는 미?중 간 관계는 '커플링(coupling?동조화)'에서 출발했다. 당시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끌어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1979년에는 양국 간 국교가 수립됐다.

국교 수립 이후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양국 관계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변된다. 1989년 존 윌리엄슨 미국 정치경제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 개념은 중국을 포함한 비서구 국가를 글로벌화와 시장경제에 편입시켜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력 확장을 위한 전략을 말한다.

미국과의 국교 수립 이후 중국의 대외경제정책 기조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2차 대전 이후 전범(戰犯)인 독일을 포함한 유럽 부흥의 크게 기여했던 '마샬 플랜의 중국 판'이라 부를 정도로 중국이 성장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까지 대중국 편향적으로 만들었다. 마치 중국이 없으면 대외경제정책이나 기업경영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국민총소득(GNI)이 WTO 가입 직전 미국의 17% 수준에서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직전에는 55%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글로벌 시대에 동참해 급성장한 것은 미국에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과의 경쟁자로 키우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간 관계가 커플링에서 디커플링으로 변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인 '팍스 시니카' 야망을 꿈꾸었던 시진핑 주석은 취임하자 마자 대외경제정책 기조를 '주동작위(主動作爲?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낸다)'로 급선회했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으로 일대일로, 위안화 국제화, 제조업 2025, 디지털 위안화 기축통화 구상 등 중국의 세력 확장 전략인 베이징 컨센서스를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두 컨센서스 간 충돌이 정점에 이른 것이 트럼프 집권 1기 대중국 견제 전략인 '나비로 패러다임'을 추진할 때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수 시절부터 초강경 중국론자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당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함무라비 법전식으로 중국을 철저하게 배제해 나가는 디커플링 전략을 추진했다.

디커플링 전략을 더 강화한 것이 코로나 사태였다. 디스토피아 위기의 첫 사례인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왔던 세계경제질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약화돼 왔던 'G-something' 체제를 더 강화해 각국 간 관계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력화된 지 오래됐고 유엔(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과 같은 국제기구도 그 위상이 떨어지고 합의 사항을 위반할 때 제재하더라도 이것을 지키려고 하는 국가들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축소론'과 '역할 재조정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캐치 플레이스를 내걸고 트럼프 직전 정부에 의해 크게 손상됐던 세계경제질서를 복원시키기 위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G0 체제가 더 강화돼 분권화 시대가 정착되는 분위기다.



결국 트럼프 집권 2기 첫해가 될 2025년 세계경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 2.0' 지역 혹은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 모두 조화하는 '다자주의' 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 볼 수 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차이메리카'와 '신냉전 2.0'이 반복되는 커다란 줄기 속에 다른 국가는 자국 문제 해결에 더 우선 순위를 두는 중층적 '분권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세계경제질서는 G7국가가 주도가 돼 구축해 놓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하지 않으면서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앱노멀 젤리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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