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자 국내 증권사들이 1일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전날 발표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9조1천834억원으로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10조2천932억원)를 10.8%나 밑돌았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3조8천600억원으로 낮아진 시장 눈높이(4조2천억원 안팎)조차 하회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5천원에서 9만원으로 내리며 향후 HBM 시장 진입 시점에서 경쟁사와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3분기 실적에 대해 "일회성 비용 효과를 제거하더라도 아쉬운 실적으로, D램과 낸드 출하량은 전통 수요처 부진으로 당초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또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모멘텀은 현저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BM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격차 축소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4분기 중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나,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낙관적 판단을 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향후 HBM 판매 일정 지연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6천원에서 8만3천원으로 내렸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DS부문의 이익 축소가 전사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고객사에 대한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을 추가적으로 준비하겠다며 HBM3E 기존 판매 제품과는 다른 제품임을 밝혔는데 제품을 리비전할 경우 신규 샘플에 대한 고객사 인증 작업이 필요한 만큼 양산 일정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BM3E 개선을 진행할 경우 내년 HBM 판매 계획 하향이 불가피해 내년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다"며 "메모리에서 HBM 판매 확장이 경쟁사보다 지연되고 파운드리 수요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당분간 실적 기대감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목표주가를 9만5천원에서 9만원으로 내리며 "삼성전자는 HBM3E 실적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언급했으나 이익 규모, 개선 속도를 실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측이 제시한 HBM3E에 대한 전망은 분명 긍정적이었으나 삼성의 시간과 시장의 시간, 그리고 삼성의 언어와 시장의 언어에는 분명 아직 간극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엔비디아 공급으로 인한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엔비디아와 AMD에 대한 HBM3E 제품 공급을 본격화하며 HBM3E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P/B(주가순자산비율) 1배 수준까지 낮아져 있는 주가의 반등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으며 "시장의 불신이 팽배해 있는 만큼 반등 시의 주가 탄력성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P/B 1배에 근접해 하락 위험이 제한적인 삼성전자 주가는 향후 HBM4 주도권 확보와 시장 조기 진입 여부가 중장기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