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고심하는 러시아에서 '무자녀세'를 부활하자는 제안이 나와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무자녀세 도입은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방위원회 소속 안드레이 구룰료프 의원(중장)이 제안하면서 찬반 논쟁이 가열됐다.
지난해 12월에도 예브게니 페도로프 하원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소련처럼 무자녀에 대한 세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련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여파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자 인구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1941년부터 1992년까지 무자녀세를 징수했다. 당시 자녀가 없는 20∼50세 남성과 20∼45세 기혼 여성은 소득에 따라 임금의 6%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현재 러시아도 2022년 2월부터 3년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벌이는 가운데 저출산이 이어져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출생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만6천600명 적은 59만9천600명으로, 1999년 이후 가장 적다. 러시아 통계청은 올해 말 러시아 합계출산율이 1.32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무자녀세 부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RT에 따르면 예브게니 포포프 하원 의원은 "어리석은 아이디어"라며 "무자녀에 대해서는 모르겠고 '바보세'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원 가족보호위원회 소속 니나 오스타니나 의원도 무자녀세가 러시아의 젊은이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많은 젊은이가 재정적 어려움 탓에 출산을 미룬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소련이 무자녀세를 도입했을 때는 보육, 유치원, 학교, 대학은 물론 아파트와 각종 사회보장이 무료로 제공됐었다며 "국가가 젊은 가족에 주택, 좋은 임금, 사회적 보장을 제공하기 전까지 무자녀세 부활을 논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도 "출산할지 결정할 여성의 권리를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의원들에게 신중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제안을 삼갈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에서는 '자녀 출산을 거부하는' 사상을 선전하는 콘텐츠가 미디어, 영화, 광고,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지난달 이와 관련한 법안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크렘린궁은 일단 무자녀세가 인구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언뜻 보기에 (소련 시절) 이 세금은 인구 통계 상황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을 것 같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이 (그때의 경험을 분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