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중국 투자은행(IB)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의 바오판(54) 회장이 갑자기 자취를 감춰 업계 미스터리로 남은 가운데 그의 부인이 회사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
차이나 르네상스는 전날 밤 성명을 통해 바오판의 부인 쉬옌칭(54)이 자사의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고 발표했다고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앞으로는 쉬옌칭이 자산 관리 사업에 초점을 맞춰 회사의 전략 기획을 책임지며 신흥 시장 진출을 이끌고 투자자 관리(IR)를 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쉬 회장은 르네상스 설립에 긴밀히 관여하고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목도했다"고 덧붙였다. 바오판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1년 8개월만이다.
바오판은 모건스탠리, 크레디트 스위스 등에서 일하며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업무를 익힌 후 2005년 차이나 르네상스를 설립했다. 이후 텐센트, 알리바바, 디디추싱, 메이퇀 등 주요 업체의 기업공개와 인수합병을 줄줄이 성사시키며 중국 투자업계 거물이 됐다.
그는 복잡한 거래를 성사하고 떠오르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 중 하나가 됐다. 바오판은 2018년 기업공개 당시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초석 투자자로 나서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시장까지 진출한 그는 2020년 말 88억달러(약 11조8천184억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했다. 그러나 그가 작년 2월 갑자기 자취를 감추며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이나 르네상스는 처음에는 바오판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다가 그의 실종 열흘 뒤 성명을 통해 그가 "(중국) 본토에서 특정 당국 조사에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바오판은 중국 내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에서 구금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올해 2월에는 "건강상의 이유와 가족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라며 바오판이 사임을 발표했다.
작년 3월 거래가 중단된 차이나 르네상스의 주식은 17개월 만인 지난달 9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72% 폭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오판이 당국의 단속에 재산 1조원을 날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오판의 실종에다 중국 경제둔화 속 거래 부진까지 더해져 차이나 르네상스는 매출 급감과 손실 확대에 시달렸다.
한때 700여명이었던 이 회사의 중국과 홍콩 사무소 직원은 3분의 1로 줄었다고 지난 2월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