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일 저녁(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대규모 발사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을 경고하면서 중동의 전쟁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에서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미사일 약 180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군사기지 3개가 타격받았다며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사일 발사가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잇달아 폭사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이란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이 포착되자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방공호 대피령이 내려졌다.
외신들은 목격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대피령은 휴대전화로 전송됐고 국영 TV로 발표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이착륙이 일시 중단됐고 요르단, 이라크 등 인접국도 영공을 폐쇄했다. 이란도 오는 2일 오전 10시까지 자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고 반관영 ISNA 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후 브리핑에서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에는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보복) 계획이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응급구조기관 마겐다비드아돔은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에서 미사일 파편에 2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방공호로 뛰어가다 넘어져 다친 이도 있다고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공군 전투 역량에 손상이 없으며 모든 군용기와 방공망이 평소대로 운용되고 있다"고 일축했고 미국 백악관도 이스라엘 항공기나 전략 군사 자산에 대한 피해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엑스(X)에 글을 올려 "이란은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해 시오니스트 정권의 침략에 단호히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언급하며 "이란은 교전국이 아니지만 모든 위협에 확고히 맞서고 있다는 것을 네타냐후가 알도록 하자"고 경고했다.
이란 유엔대표부도 엑스에서 "이란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테러 행위에 합법적이고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했다"며 "역내 국가들은 시온주의자 정권과 결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동의 이란 대리 세력 '저항의 축' 가운데 하나이자 이스라엘과 1년 가까이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영웅인 미사일 발사를 축복한다"며 "이는 우리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라고 규정했다.
이날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약 3시간 전 미국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사일 공격과 관련,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을 격추하라고 지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공격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이 공격에 대한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해왔으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