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정부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부는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지역화폐법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기존 법에서 국가 재정지원은 '의무'가 아닌 '재량' 성격이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과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이 그 효과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온전한 지역 사업이고, 더 긴급한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에 우선순위가 있다며 수년째 정부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선 재석 169명 중 찬성 166명, 반대 3명으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장관은 이 법률안에 대해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운영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스스로 결정해 수행하는 자치사무인데, 법률안은 자치사무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운영에 대해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법률안이 헌법에서 정한 정부의 고유한 예산 편성 권한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하는 경우 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는데, 법률안 시행만으로 정부가 재정지원 의무를 갖게 되면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법률안이 특·광역시와 소외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해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할 것"이라며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신청하면 정부는 부자 지자체에 많은 국비를 지원할 수밖에 없어 대도시·중심지 위주의 자금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지방소멸이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사랑상품권의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추가 소비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부정 유통과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헌법에서 규정하는 재의요구를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야당이 '지역화폐법'을 강행 처리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반헌법적이고 무리한 특검법안 등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로 무리하게 통과된 법안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주실 것을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위 단계부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강행 처리한 법들"이라며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오는 의사일정조차도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한다고 해서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수용해서 진행한 일정이기 때문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