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 회복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반도체 업황 반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하면서 되레 지난 분기 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신은 고스란히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말 한마디에 오늘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했습니다만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이죠?
<기자> 젠슨 황 CEO가 삼성전자를 직접 언급한 건 아닙니다. 골드만삭스 기술 콘퍼런스에서 "TSMC가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하지만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게 다인데요.
전세계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이 TSMC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진 겁니다. 미국 증시 상승 영향도 있었고요.
이런 언급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대만 TSMC가 5나노,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단가를 인상했습니다. 초미세공정 주 고객이 엔비디아라는 점에서 자신들의 가격 협상 수단으로 이런 언급을 했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HBM3E 승인에 대한 낙관적 언급도 SK하이닉스와의 공급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사업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이렇게 흔들리지도 않을텐데요. 최근 증권사들이 줄줄이 3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상반기, 특히 2분기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이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던 게 사실입니다.
이에 2분기 10조 4천억 원이었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분기에는 13조 원, 4분기에는 15조 원 이상으로 점쳐졌습니다. 하반기 폴더블폰 신작 영향 등도 있지만 대부분 반도체 업황 개선과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따른 전망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이 전망치가 대폭 수정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10조 원 초반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합니다.
<앵커> 반도체 실적 전망이 하향됐기 때문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가장 컸던 건 반도체 부문이고요. 그렇다고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 다른 사업에서도 호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도체 부문 실적이 2분기 6조 5천억 원을 기록했는데, 3분기에는 이보다 적은 5조 원대를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여기서 전망치가 3조 원 가량 줄어들었는데요.
상여금 준비 등 일회성 비용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IT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큽니다. 올해 상반기 온디바이스 AI 흐름을 타고 모바일과 PC 신제품들이 대거 출고됐고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으나 소비로까지 이어지지 못 했다는 분석입니다. 생각보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더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폴더블 신작 폴드6와 플립6 가운데 플립 제품의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요. 아이폰 등 OLED 디스플레이 공급도 LG디스플레이와의 경쟁 심화로 단가 인하 압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삼성전자가 일부 해외사업장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미국의 대중국 HBM 수출 규제 같은 걸림돌들이 산재해 있어 앞으로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입니다.
<기자> 삼성전자는 해외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통상있는 수순이라고 했지만 그 규모가 꽤 크다는 점에서 사업 전반이 위기라는 게 드러납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보통 실적에 6개월 정도 선행한다고 하잖아요.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9월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 500원이었습니다. 반도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시기라는 걸 생각하면 내년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미국의 대중국 HBM 수출규제도 불안요소입니다. AI 가속기를 비롯해 HBM 첨단 제품을 중국에 공급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이미 확인이 됐습니다.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들은 HBM 시장에서 약 10% 수요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관건은 기술수준을 어느 수준으로 제약하느냐인데, 미 현지에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수출 규제 강도를 협상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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