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승부 조작 의혹을 받아 중국 공안에 10개월 동안 구금됐다 지난 3월 풀려난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前)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손준호 외에도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3명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17명에게는 5년 자격 정지 징계를 각각 내렸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던 중 공안에 연행됐다. 그는 이후 형사 구류되어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고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알려졌다.
이 혐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사람이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에 적용된다.
일각에서는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손준호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손준호는 지난 3월에야 석방되어 귀국했고, 6월 수원FC에 입단해 K리그1에서 뛰고 있다.
손준호는 귀국한 후 지금껏 중국에서 어떤 연유로 처벌을 받았는지 함구해왔다. 최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 2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손준호를 제외하고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뭔가 명확하게 돼 있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 측은 연합뉴스에 "당황스럽고 황당하다. 처음 구금됐을 때도 혐의는 비국가공작원 수뢰였다"라며 "갑자기 이제 와서 승부 조작이라고 발표하니 너무 황당하다. 우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수원FC 관계자는 "손준호의 혐의가 진실이든 거짓이든 당장 이번 주말 경기에 손준호를 기용하는 게 부담스럽다"라며 "계약 때도 승부조작은 아예 언급 없었고, 수뢰죄는 절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라고 전했다.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되고, FIFA는 대호 징계위원회를 열어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면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가 징계를 철회하지 않는 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손준호는 중국 내에서 활동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FIFA의 징계가 확정돼 나오기 전까지는 국내 무대에서 뛸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FIFA는 회원국의 징계 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손준호가 대응할 방법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한 항소가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한 항소 절차가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선수 측에서 CAS에 직접 항소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