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가 'AI(인공지능) 거품론'과 높아진 시장 눈높이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 1∼29일 엔비디아 주식을 2억1천338만1천667달러(약 2천847억원) 순매도 결제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 25억440만4천933달러(약 3조3천436억원)어치를 샀지만, 27억1천778만6천600달러(약 3조6천293억원)어치를 팔아치우기도 해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국내 투자자의 큰 관심을 받아온 종목이지만, 최근 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실망감이 커지며 투자 심리가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5∼7월) 실적은 월스트리트의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예상치를 상회한 수준이 최근 6분기 중에 가장 낮은 데다, 3분기(8∼10월) 매출 가이던스(예상치)의 상승폭이 지난해 동기보다 줄었다.
AI 붐 덕분에 엔비디아가 최근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한껏 높아진 가운데, 실적은 이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국내 증권가는 새로운 AI 칩인 '블랙웰'의 수율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호퍼'의 뒤를 잇는 블랙웰은 최대 10조 개의 파라미터로 확장되는 모델에 대한 AI 훈련과 실시간 거대언어모델(LLM) 추론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산 지연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에 준하는 수준에 그치며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향후 주가 반등에는 블랙웰 관련 수율 해결 및 공급 본격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블랙웰의 출시 지연과 낮아지고 있는 성장 가속도 등을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꼽으며 "주가는 단기적으로 숨고르기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반면 AI 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아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는 상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작인 호퍼 기반의 H100, H200의 수요가 견조함을 여러 번 강조했다"면서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양산됨에 따라 수율이 개선되고 매출이 확대되면서 이익률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혁 연구원도 "이미 내수 고객들의 초과 수요가 뒷받침돼 있기에 CAPEX(설비투자) 기반 반도체 공급량이 늘어날 경우 이것은 즉각적으로 매출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며 "내수뿐 아니라 Non-US(미국이 아닌) 국가들에 대한 매출 역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