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영세 신용카드 가맹점에 지급해야하는 결제 대금 기일이 하루 단축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 부위원장 외에 카드업계, 가맹점 단체, 소비자 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신용카드는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신뢰성 있는 결제수단으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한 가맹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 등을 선도해 왔다"며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체계 도입 이후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지속적인 우대수수료율 인하를 통해 제도 도입시 기대했던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경감 효과도 상당 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가맹점들은 2012년 이후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우대가맹점을 선정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연 매출 3억 원 이하 가맹점은 0.5%, 3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가맹점은 1.1~1.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각각 4.5%, 3.6%였던 2012년 이전 수수료율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카드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연장에 대한 논의는 이번 회의에서 제외됐다. 카드수수료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은 최근 10년 간 꾸준히 인하된 바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줄 것을 촉구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TF 회의에서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 연장에 대한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연말에 예정된 TF 회의까지 또 한 차례 연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간 TF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 가맹점 권익·소비자 편익 제고 위한 제도 개선 추진우선 현재 일부·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대금지급주기를 "카드결제일+3영업일(전표매입일+2영업일)"에서 "카드결제일+2영업일 (전표매입일+1영업일)"로 일괄 단축한다. 이와 함께 대금지급 주기 단축을 위한 카드사의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비용 일부를 적격비용으로 인정하여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대금지급 주기 단축을 유도한다.
또한, 앞으로는 카드사가 일반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시 인상 사유를 설명하고, 실효성 있는 별도 이의제기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의 카드 수수료율 공시 시에도 가맹점별 매출액 구분을 보다 세분화하는 등 정보제공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선정기준이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되는 특수가맹점 선정기준을 명확히해 특수가맹점 제도가 일부 대형가맹점에 대한 특혜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한다.
소비자들의 편익 제고를 위해서는 금융결제원에서 운영 중인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개편해 휴면카드를 일괄 조회하고 해지할 수 있는 '휴면카드 관리 서비스'를 신설한다. 또한, 기존에 운영 중이던 카드 자동납부 이동서비스를 확대해 인터넷전문은행(체크카드)까지 참여기관을 확대하고, 향후에는 도시가스, 정기구독료(OTT)까지 대상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고비용 거래구조 개선 통해 이해 관계자 비용 절감다음으로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비용 거래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업권은 전자문서 전환 등이 그간 다른 업권에 비해 비교적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비용이 발생하여 왔다. 이에 앞으로는 이용대금명세서의 전자문서 교부, 고객 요청 시 매출전표 출력 및 단순 정보성 안내 메시지의 모바일 메시지(알림톡 등) 전환 등을 통해 일반관리비를 절감한다고 밝혔다.
또 채무조정 직전 사치성 상품에 대한 고액 신용카드 결제 등 도덕적 해이 사례 차단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시 반복적인 신청을 제한하고, 도덕적 해이 의심대상은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대손비용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과당 경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 중인 법인회원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 제한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신설해 규제회피를 방지하고, 마케팅 비용 및 일반관리비 절감을 추구한다.
▲ 신용카드업 상생기반·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끝으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제도개선과 영업모델 다변화 등을 통해 신용카드업 상생기반 마련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CB, 데이터전문기관 지정 등 카드 산업의 데이터 기반 플랫폼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카드사가 카드회원을 상대로 한 신용판매·카드대출 등 소비자 금융 뿐 아니라, 카드사의 또다른 고객인 소상공인·자영업자, 가맹점에 대한 공급망 금융 등 생산적 금융 역할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여기에 새로운 결제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카드업을 본연의 기능에 맞도록 재정의하고, 실물카드·대면거래 중심의 규제체계도 개편한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 중인 개인 간 카드결제를 통한 결제대상 확대 방안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에서도 문제가 된 2차 이하 PG 및 하위사업자에 대한 영업행위 규율방안 모색 등 규제 사각지대 해소 및 결제 안정성 제고 등 제도개선 방안 마련도 추진한다.
▲ 카드업계 "수수료율 추가 인하 시 결제사업 역마진 심화"한편 카드업계는 회의 자리에서 "적격비용 산정 시 카드사의 원가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원가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96%에 달하는데 더 이상의 수수료율 인하는 본업인 결제사업에서 역마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종우 카드노조협의회 의장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부담 완화 등 적격비용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한 상황으로 적격비용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단순히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만으로는 카드사의 적자를 악화시키는 현재 구조를 개선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 "적격비용 산정 근거 공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PG협회는 "PG업계는 카드사와의 계약 관계 및 수수료율 책정 등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입장"이라면서 "신용카드사는 적격비용을 산정한 합리적인 근거를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응해 합리적으로 산정되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방안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맹점수수료 체계 취지를 구현하면서 카드-가맹점간 상생을 위해서는 카드사의 비용이 감소할 경우 이해관계자 모두의 비용경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카드수수료율 적정성 검토"
이 밖에 허영회 소상공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적격비용, 우대수수료율 제도 도입 이후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이 경감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향후에는 적격비용 논의 과정에서의 투명성, 형평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빅테크의 간편결제, 플랫폼 수수료 부담 등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해당 수수료율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의 경우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있으나, 이를 위해 우대수수료율 및 체크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경감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