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십조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지자체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은행권 경쟁이 치열합니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ELS 사태 등으로 은행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지방은행들이 관례적으로 맡아온 지방 금고 입찰에 시중은행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연간 16조원에 달하는 부산시금고 선정에 3개 은행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부산은행이 단독 신청하며 시금고를 차지해왔는데, 24년 만에 은행간 경쟁이 붙게 된 겁니다.
국민은행은 올해 부산신용보증재단에 120억 원을 출연하는 등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며 시금고 선정을 고려한 사전 작업을 해왔습니다.
지역 시금고의 경우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은행이 관리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으나 최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겁니다.
앞서 부산시 금고 지정 설명회엔 이례적으로 5대 은행이 모두 참석했고, 광주은행은 50년간 맡아온 조선대 주거래은행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울산시금고 입찰 때도 결국 BNK경남은행이 선정됐으나, 국민은행이 울산신보 출연금과 지역 소상공인 대출 지원 등을 확대하며 경쟁을 격화시킨 바 있습니다.
은행들이 큰 규모의 출연금을 투입하면서까지 금고 지기를 맡으려 나서는 건 저원가성 예금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부산시 1금고에 선정되면 전체 예산의 70%를 맡게 되는데, 이중 평균 잔액은 약 9,000억 원가량입니다.
조달 비용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는 데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마냥 늘릴 수 없는 환경에서 시중은행들이 기관영업에 힘을 쏟아 영업환경을 지방으로 확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시중은행의 공세에 지역 금고 지기를 지켜왔던 지방은행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모양새입니다.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은 아무래도 이제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들의 입지가 좀 약화돼서… 지방은행들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지방 기업들이나 대출 이용자들의 문턱이 좀 높아질 가능성도 있어보이고요.]
부산시는 오는 9월 시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10월 말까지 차기 시금고 은행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영상편집: 김민영, CG: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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