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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방산 '퍼주기' 3종 세트, 국부 유출 아닌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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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가 쓴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기 수주 관련 기사의 댓글창은 누리꾼들의 싸움터가 되었습니다. K방산을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따라 붙는 K방산표 '퍼주기'라는 수식어 때문입니다. K방산표 '퍼주기'는 전 세계적인 열풍의 K방산이 금융지원,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 3종 세트로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수주 축포를 터뜨린다고 비꼬는 용어입니다. 일각에서는 K방산표 '퍼주기'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며 K방산이 국부 유출이 아닌 창출을 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과거 군 매체 소속으로 국방부를 출입했고, 현재 경제 매체 소속으로 산업부를 출입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방산을 취재 보도하는 기자조차 국부 유출과 창출 사이에서 해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K방산의 참모습을 알고 또 알리고 싶어서 국내외 방산 전문가들을 수소문했습니다. 이후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옛말을 받들게 되면서 꼬였던 실타래를 풀게 되었습니다. K방산이 앞으로 더욱더 퍼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무기를 사고 팔기 위해 구매국과 판매국은 협상을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른 산업과 달리 방산은 절충교역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지 말지를 판가름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합니다. 절충교역은 무기를 사는 나라와 파는 나라 모두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구매국이 판매국에 금융지원, 기술이전, 현지생산 또는 부품 역제안 등을 제시하는 방식의 교역입니다. 실제로 구매국인 개발도상국들은 판매국인 선진국들과 체결한 무기 매매 계약서에는 절충교역 관련 조항들이 빼곡합니다.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사업자가 정하기 때문에 판매국은 차별화된 절충교역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구매국에 계속 그리고 더욱더 매력적인 제안을 합니다. 현재 전 세계 130여 개 나라가 무기 거래 시 절충교역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방부는 지난 1983년 방위사업법에 일정 금액(현재 1천만 달러) 이상의 무기를 들일 때 의무적으로 절충교역을 해야 한다고 제도화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는 혈맹인 '천조국' 미국을 비롯한 해외국들의 무기를 들일 때면 절충교역안을 빼지 않고 넣어 왔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방산 트렌드에 역행하는 파행이 일어났습니다. 감사원이 2018년 방위사업청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절충교역 의무 조항 폐지를 권고한 것입니다. 이후 방사청은 국익을 해치는 경우 절충교역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방위사업법을 개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절충교역이 사실상 중단된 순간이었습니다. 이에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등은 우리나라가 미국 등 선진국들의 무기를 들일 때면 적극적으로 절충교역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제는 전세가 역전됐습니다. 국군이 1970년대 자주적 군사력 증강을 주창한 지 반백 년 만에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의 무기고'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무기를 사는 나라에서 파는 나라가 되었고, 동시에 절충교역을 요구하는 국가에서 받는 국가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미국 등에게 그랬듯 폴란드 등이 우리에게 '퍼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처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방산 시장 선도라는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진짜 군사 선진국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3종 세트 불신론자들이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먼저 이들은 우리나라의 정책 금융지원을 두고 돈을 못 돌려받을 것이라며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냅니다. 특히 이들은 폴란드를 꼬집습니다. 하지만 폴란드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국가 신용 등급 분류 21개 중 6번째에 해당하는 A2 국가로 신용도가 높은 축에 속합니다. 미국의 경우 A2보다 신용도가 낮은 나라를 대상으로 여러 정책 금융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출, 보증, 보험뿐 아니라 '해외 군사 재정 지원'(FMF) 등을 통해 차관 형식으로 몇몇에게 지원금까지 주고 있습니다. FMS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군수물자 매매 제도로 미 정부는 우호국들 대신 장비를 사서 이들에게 넘겨주고 추후에 원금에 이자를 더해 환급을 받습니다. 프랑스도 범부처 조직인 수출보증심의원회에서 의결한 별도의 국가별 리스크 등급과 요율을 차등으로 적용해 정책 금융지원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 해당 국가의 등급과 요율을 조건부 승인 형태로 상하향할 수 있고, 금리와 상환 기간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정책 금융지원은 국가 대 국가 간 협약(G2G)으로 한쪽이 다른 한쪽으로부터 고리의 돈을 오랜 기간 벌 수 있어 타국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알짜 사업으로 일컬어집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10년 만에 겨우 수출입은행 법정 자본금 관련 법안이 개정됐습니다. 이는 정책 금융 지원의 걸음마 수준 단계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어 기술이전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러시아발 불곰 사업 외에는 기술이전을 통해 무기를 연구 개발했습니다. 예컨대 미국 공군의 여러 전투기를 우리 공군에 인도하는 과정에서 기술이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은 늘상 빠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글로벌 전투기 시장 경쟁국이 될 수 없는 배경입니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역시 매한가지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 관련 기술이전을 하지만 핵심 기술은 빠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술이전을 놓고 대상국들이 본 장비들을 국산화할 수 있는 시점 등을 고려하고 염두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속앓이 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의 유무인복합체계(MUM-T)가 적용된 후속 자주포와 전차 모델 등을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기를 상용화하는 데 수십 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제품을 만들지 않는 이상 싸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끝으로 현지생산은 국내 방산업체들을 반도체, 배터리 업체들과 비교하면 납득할 수 있다고 민관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방산 또한 반도체, 배터리 산업처럼 고객사가 꺼낸 당근과 채찍이라는 양면책에 따라 현지생산하는 것으로 물류비와 유통비 등 비용 절감, 현지 거점을 통한 시장 확장 등의 효과를 수치화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K방산 큰손들이 소속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우리 기업들에게 현지생산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방산이 보이는 가지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튼튼해질 수 있도록 시대착오적인 제도들이 개선 및 보완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자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무지성으로 깎아내리는 현상이 근절되기를 바랍니다. 분심이 아닌 합심이 중요하고 필요한 때입니다.

배창학 한국경제TV 산업부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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