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를 많이 받아 '이민 천국'으로 불리던 뉴질랜드에서 지난 1년 동안 13만명이 빠져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전 1년 동안 뉴질랜드에서 해외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은 13만1천223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고 13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통계청이 밝혔다.
이주자 중 8만174명이 뉴질랜드 시민권자고 이 중 약 40%는 18∼30세 사이 청년들이었다. 해외로 간 사람의 약 3분의 1의 목적지는 호주였다.
다만 같은 기간 20만4천492명이 뉴질랜드로 이민 와 순 이민자 수(입국자-출국자)는 7만3천27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뉴질랜드는 2022년 말부터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외국인 근로자 이민을 장려해 순 이민자가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연간 순 이민자 수는 약 14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뉴질랜드를 떠나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자 연간 순 이민자 수는 1년도 안 돼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로이터 통신은 실업률 상승과 높은 금리, 비싼 거주비와 생활비 때문에 사람들이 뉴질랜드를 떠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뉴질랜드 경제성장률은 0.6%에 불과했으며 올해도 1.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실업률은 4.7%에 달했으며 기준금리는 5.5%나 된다.
지난해 정권을 잡은 우파 연합은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며 공공 부문 일자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제분석기관 인포매트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래드 올슨은 뉴질랜드 젊은이들에게는 졸업 후 해외로 떠나는 것이 통과의례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두뇌 유출'과 고령화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간 가디언은 뉴질랜드를 떠나는 사람들 상당수가 호주로 간다며 이는 잠깐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구 이주를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주당 평균 소득은 뉴질랜드보다 30%가량 높다. 호주 기업들도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제시하며 뉴질랜드 청년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호주 은행 웨스트팩의 마이클 고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뉴질랜드 경제가 냉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더 강한 호주 고용 시장으로 향하는 뉴질랜드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