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소폭 낮췄다.
반도체 호조에 따른 강한 수출 회복세에도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져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내수 둔화에 따라 기준금리는 당장 이달부터라도 내릴 수 있다고도 했다.
KDI는 8일 발표한 '2024년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와 같고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6%보다는 낮다.
수출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지만 내수 눈높이는 낮췄다.
반도체 경기가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호조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수출은 6.0%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석달 전 5.6%에서 1.4%포인트 높인 것이다.
반면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은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민간소비는 지난 5월 전망(1.8%)보다 낮은 0.3%포인트 낮은 1.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서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융 안정 등이 더 강조되다 보니 금리 인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2분기에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강했던 측면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파급이 제한적 수준에 그치며 기존 전망(-1.4%)에 비해 감소 폭(-0.4%)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기존 전망(703억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된 77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지난 5월 전망과 같았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내수 부진과 미국 경지 둔화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하향 조정을 반영해 2.4%로 제시됐다. 기존 전망(2.6%)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얼어붙은 내수는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기존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2.8%를 유지했다.
앞으로 위험 요인으로는 대외 여건을 꼽았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거나, 중국의 경기가 급락하거나 미국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가 실물경제의 급격한 조정을 유발하는 경우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 실장은 "주식시장 이외의 다른 실물지표를 봤을 때 경기 급락을 시사하는 지표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10월 유력설'과 관련해서 정 실장은 "8월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그때도 충분히 (기준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현 국내 경기 상황과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생회복지원금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실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이번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KDI는 밝혔다.
정 실장은 "만약 집행되면 내수 진작에 영향을 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p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DI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내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번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