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6일 입국한 가운데, 시범사업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영어가 유창한' 전문 가사관리사에 대한 기대감에 신청자가 몰리고 있지만, 돌봄과 가사 사이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이나 인권 대책에 대한 우려 등도 여전한 상황이다.
6일 오전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앞으로 4주 160시간의 교육을 받은 후 내달 3일부터 서울시민 가정에서 돌봄·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12세 이하 자녀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서울시민 가구를 대상으로 이날까지 신청자를 모집 중인데, 지난 1일까지 422가정이 신청했다.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119만원가량(하루 4시간 이용시)의 비용이 논란이 되긴 했으나, 영어와 한국어 소통 인력을 갖춘 데다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가 검증한 인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처음 도입된 외국인 가사관리사라는 점에서 논란과 우려가 여전하다. 대표적인 것이 업무 범위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신청하는 앱 2개 중 하나인 '대리주부'를 보면 이들이 할 수 있는 업무와 할 수 없는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다.
가령 아이돌봄 업무로 분유 수유와 젖병 소득, 이유식 조리, 아이 목욕시키기, 아이 픽업, 낮잠 재우기 등이 제시돼 있다.
돌봄 외에 다른 가사 업무도 일부 가능해 6시간 이상 서비스의 경우 어른 옷 세탁과 건조, 어른 식기 설거지, 단순 물청소 위주의 욕실 청소, 청소기·마대걸레로 바닥 청소 등이 가능하다.
쓰레기 배출, 어른 음식 조리, 손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육아 관련 범위에서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 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지만, 어디까지를 육아 관련 부수 업무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모호한 업무 범위 등으로 현장에서 갈등이 불거질 경우에 대비해 필리핀 가사관리자들의 고충 해결이나 인권 보호를 위한 장치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노동·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개별 가정에서 여성 이주노동자 혼자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업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긴급 신고수단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자국어로 신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범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내년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규모를 1천200명까지 늘린다고 밝힌 가운데, 시범사업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완화와 질 제고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이 단순히 돌봄뿐 아니라 아이의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은 "이들이 얼마나 '좋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지보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우려스럽다"며 "돌봄 인력이 아니라 영어 강사를 싼값에 들여온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또 "돌봄서비스가 50∼60대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인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이 고령화 시대 중고령 여성들의 일자리 기회를 줄이지 않을지도 중장기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