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장기 집권 중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며 인도로 대피했다.
5일(현지시간) 인도 CNN뉴스18 및 외신 등을 종합하면 하시나 총리는 이날 수도 다카의 대통령 관저를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하시나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녹음하고 싶어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하시나 총리와 가까운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AFP 통신은 전했다.
또 방글라데시 최대 일간지 프로톰 알로는 하시나 총리가 군 헬기를 이용해 인도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는 정부가 내린 통행 금지령에도 전국에서 모여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하시나 총리의 출국 소식에 관저를 점령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방글라데시 육군은 와커 우즈 자만 육군 총사령관이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이라며 그가 모처에서 군 외부 관계자와 현재 상황에 대해 회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외신은 군부가 정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군은 2007년에도 대규모 불안 사태가 퍼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2년 동안 군이 지원하는 과도 정부를 세운 바 있다.
이번 사태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촉발됐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며 지난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방글라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약 200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이후 같은 달 21일 대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크게 완화한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시위도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시위 체포자 석방과 하시나 총리 사과 등이 수용되지 않자 시위대는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총리 퇴진을 요구했으며 또다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지난 4일에만 1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이번 사태로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장수 여성 국가지도자로 꼽히는 하시나 총리는 5번째 총리직을 수행 중이다.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아버지'로 여겨지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인 하시나 총리는 반독재 투쟁과 투옥 등을 거쳐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 2001년 7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이후 경제 파탄과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실각했고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 2009년 1월부터 총리를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