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정부가 해야 할 책무를 하겠다"며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강행 처리된 개정안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된다"며 "다수의 노동약자는 도외시하면서 노동조합의 파업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영업자 등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해 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게 되고 노동조합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원청 사용자 등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교섭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지고, 산업현장은 무분별한 교섭요구로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민의 어려움과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견됨에도 이를 외면하는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다수의 근로자와 노동약자를 위한 방안을 노사정과 여야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2조 용어 정의 부분의 '사용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또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해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내용도 담았다.
'노동조합' 정의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을 삭제한 것도 새로운 내용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플랫폼 종사자 등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진 않았지만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산업현장과 노사관계 당사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가 해야 할 책무를 다하겠다"며 건의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즉시 입장문을 내고 일제의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 거부권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조법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노사관계, 일자리, 기업간 협력관계, 외국인 투자환경 등 경제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약자 보호를 위한 법"이라며 윤 대통령이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입으로는 노동약자 보호를 말하면서 정작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묻지마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도돌이표를 멈추고 노동약자 보호의 진심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개정안 통과로) 노동조합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결정적 단초를 마련했다"며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