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부진한 영향도 있겠지만,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부 김대연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달 새내기주들이 상장 첫날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 근처도 못 가고 있는데, 오늘(31일) 코스닥에 상장한 피앤에스미캐닉스는 어떤가요?
<기자>
피앤에스미캐닉스는 걷기가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재활로봇을 만드는 회사인데요.
6년 전부터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0억 원과 13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덕분에 수요예측에 참여한 모든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희망범위(1만 4천~1만 7천 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상단을 29% 초과한 2만 2천 원에 확정됐고요.
피앤에스미캐닉스는 오늘 3만 원에 첫 거래를 시작했는데요. 장중 48.86%까지 오르며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13.86%에 마감했습니다.
<앵커>
오늘 시장이 좋았고, 기술특례 기업치고 실적도 잘 나오는데 첫날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공모가 자체가 너무 높은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가 33개(스팩, 리츠, 이전·재상장 제외)인데요. 예외 없이 희망범위 상단이나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가 형성됐습니다.
이달 들어 이노스페이스와 엑셀세라퓨틱스가 상장 첫날 이례적으로 급락했죠.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물량을 많이 받기 위해 앞다퉈 높은 가격을 써낸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새내기주 32개(피앤에스미캐닉스 제외) 중 21개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공모가를 부풀려 놓은 기관투자자들이 새내기주 상장 첫날 주식을 팔아치웠다고요?
<기자>
네, HD현대마린솔루션과 시프트업, 산일전기를 제외한 30개 종목을 상장 첫날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오늘 상장한 피앤에스미캐닉스도 어김없이 178억 원을 팔아치웠습니다.
사실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의무 보유 확약을 많이 걸수록 물량 배정 순위가 높아져 유리합니다.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일종의 인센티브인데, 자율적인 원칙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거죠.
실제로 올해 새내기주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은 평균 1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기관투자자는 적정한 시장 가격을 형성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단타 매매'를 유도해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공모가에 거품이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면,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공모가가 너무 높게 형성되고 있는 데 대해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까?
<기자>
공모가 과열 현상의 원인으로 '초일가점' 제도가 꼽히는데요.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넣는 기관에 더 많은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도록 가점을 주는 겁니다.
기관투자자들이 시간을 들여 기업을 분석하기보다 일단 '묻지마 베팅'에 나서는 배경이죠.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들이 IPO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인터뷰 직접 들어보시죠.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모 가격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에 대해 가장 중요한 평가자가 기관투자자들이거든요. 장기 투자를 하게 되면 공모 가격의 적정성을 안 따질 수가 없거든요.]
금융당국도 수요예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다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에 개입할 경우 시장 왜곡과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부담입니다. 실제 초일가점 제도도 기관의 뻥튀기 청약을 막으려고 만든 제도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김대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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