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 매출이 대만 TSMC 매출을 뛰어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삼성전자가 2년만에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32% 증가한 6천735억1천만 대만달러로, 한화 기준 28조5천억여원이다.
엔비디아와 애플을 고객으로 둔 TSMC는 2분기에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힘입어 당초 6천500억 대만달러 수준이었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도 2분기에 영업이익 10조4천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매출은 74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3.31%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잠정 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매출을 27조∼28조원대로 추산한다.
이달 말 나오는 2분기 삼성전자 확정 실적에서 DS부문 매출이 28조5천억원을 넘으면 TSMC 매출을 앞지를 수도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에서 TSMC를 추월하면 2022년 3분기에 매출이 TSMC에 역전당한 이후 8개 분기만이다.
2022년 3분기 당시 삼성전자는 TSMC에 매출 역전을 허용하면서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 1위 자리도 함께 내줬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만 하는 TSMC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두 회사의 위상을 고려하면 매출 1위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업계에서는 본다.
메모리가 주력인 삼성전자는 2021년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반도체 매출에서 TSMC는 물론 메모리 경쟁사인 인텔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방 정보기술(IT)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메모리 업황이 나빠지자 삼성전자 실적은 급격히 악화했다.
메모리업체는 파운드리업체보다 경기 침체에 더 취약하다. 미리 만들어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서 재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주문받은 물량만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이 길어지면서 TSMC도 실적 둔화를 피하지 못했으나, 메모리 불황으로 메모리업체가 받은 타격과 비교하면 선방한 편이다.
메모리 감산 효과와 가격 반등, AI 칩 수요 등에 작년 하반기부터 업황이 되살아나자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도 덩달아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1조9천100억원으로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어 2분기에도 6조원 안팎 영업이익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와 애플을 필두로 글로벌 빅테크의 AI 칩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는 TSMC 실적도 가파르게 회복하는 추세다. TSMC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 줄었으나,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치를 연초에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