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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최저임금 1만원' 시대…무엇이 달라지나요 [전민정의 출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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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퇴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9,860원)보다 1.7%(170원) 오른 시간당 1만 3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긴 건데요.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대에 들어선 건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입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 주장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건 11년 전인 2013년입니다.

이후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 처음 시급 1만원 요구안을 내놓았고, 그로부터 9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이한 겁니다.

● 최저임금 받는 근로자는 적지만…임금의 '기준점'

내년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많아야 10명 중 두어명 남짓입니다.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 기준 47만9천명(영향률 2.8%), 경제활동인구 부가 조사 기준 301만1천명명(영향률 13.7%)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지 않는 이들에게도 '최저임금'의 중요성은 큽니다.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 850만명에게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의 상한선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요.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입한 생활임금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맞춰 오르기도 합니다.

서울시가 2015년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한 '서울형 생활임금'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7%가 인상돼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연평균 7.1%)과 비슷했습니다.

임금이 최저임금을 넘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내년 임금 인상률 하한선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최저임금 심의자료를 근거로 임금 인상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교원 기본급을 최소한 10% 이상 올려달라 요구했는데요. 신규 초등교사 임금 실수령액(231만원)이 최저임금위가 조사한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246만원)에 못 미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또 최저임금은 29개 법령, 48개 제도에 연동되기 때문에 노동 분야 사회보장제도 역시 매년 최저임금에 따라 운용되는데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자는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더 받을 수 있게 되고요. 육아휴직을 썼을 때 받는 육아휴직 급여, 일을 하다 다쳤을 때 받는 산업재해 보상금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오르게 됩니다.



● "심리적 마지노선 무너졌다"…임금-생산성 간 간극도 커질 듯

최저임금 수준은 받는 이들 뿐만 아니라 주는 이들에게도 중요하겠죠.

특히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겐 당장 인건비 고민으로 다가옵니다.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대'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데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도 많지 않을 뿐더러, 올해보다 1.7% 오르는 데 그쳐 사실상 최근 3년간 인상률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무너졌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국내 사업체의 95.1%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매출 저하와 고비용 구조로 지급 능력이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결국 '나 홀로 경영'을 강요하며 근로자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고요.

중소기업중앙회도 "1.7%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이지만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고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요구한 동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절대금액이 높아진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년 전보다 13만5천명이나 줄어 9년2개월 만에 최대폭의 감소를 기록했는데요.

내수부진 속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나홀로 사장'들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또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59%에 달했고, 지난해 3분기 기준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72만원 밖에 벌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소폭이지만 더 오른 만큼, 이러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 악화와 줄폐업은 되풀이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계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요.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과 연도된 각종 사회보험과 수당 등도 따라 오르면서 물가상승압력은 더 커지는데요. 결국 전반적인 임금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성과 임금사이의 간극도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올해 우리나라 시간당 최저임금(9,860원)을 달러로 계산해보면 7.70달러인데요.

대만(7160원·176대만달러), 홍콩(6480원·40홍콩달러), 일본(8745원·961엔)을 모두 앞서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입니다.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와 비교해도 약간 높은데요.

미국은 주별로,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데 한국의 최저임금은 미국 50개 주 중 20개 주보다 높고, 일본은 도쿄 등 일부 대도시 정도만 한국과 견줄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낮은 편입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3.1달러로, OECD 평균인 53.9달러의 80% 수준입니다. 순위로는 38개 OECD 회원국 중 29위에 그쳐 하위권에 머물고 있죠.

물가 상승도 고려해야 하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의 안전판 마련도 중요한 만큼,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구태만 반복한 최저임금 심의…"이젠 바꿔야"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의 대표가 벌이는 사회적 임금협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저임금에 영향받지 않는 사람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결정과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제도'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번에도 최저임금 심의도 노사가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두고 격한 샅바싸움을 하다가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한 뒤 표결로 결정하는 패턴이 반복됐는데요.

그 과정에서 노사 간 극심한 갈등 구조만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7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놓고 표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이 이인재 최임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또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지 불과 4일 만에 해치우듯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결정했는데요.

이미 법정 심의기한을 넘긴 상황에서 막판에 쫓기든 결정되는 모양새가 연출되며 노사 합의 없는 '졸속 심의'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결국 노사 간 의견 차이만 부각시키는 지금의 결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정부도 지난 2019년 결정체계 개편안을 마련한 바 있는데요.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객관적인 지표들로 최저임금 심의구간을 결정해 제시하면 노·사·공익 위원들이 모여 결정하도록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구조였는데, 정부의 의지 부족과 노동계 반발 등으로 흐지부지됐습니다.

그러나 제도 도입 당시의 결정체계를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지금의 고용 형태와 경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인재 위원장도 내년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으로 봐서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에 좀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한 제도 개선에 대해 심층 논의와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상당수 전문가가 공감하지만 입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선 국회에서의 협의에는 난관이 예상된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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