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을 철회하면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발길을 돌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얼마나 복귀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사직 전공의에 대한 '기계적 처분'이라는 기존 방침을 뒤집는 것으로, 정부는 행정처분 '중단'이나 '취소'가 아닌 '철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4일 복귀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고 해 다시 위법행위를 하면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이번에는 앞으로도 처분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철회'라는 표현을 썼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9월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이달 15일까지 전공의 사직 처리를 완료해 결원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특례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는 경우 '1년 내 동일 과목·연차로 응시'를 제한하는 지침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심드렁하다.
전공의들은 당초 정부가 부당한 명령을 내렸으므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 복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서울의 '빅5' 대형병원에서 수련하다 사직서를 낸 한 전공의는 "전공의들은 대부분 심드렁한 편"이라고 정부 조치에 대한 분위기를 전하며 "우리한테 크게 와닿는 건 없다. 우리가 바라는 건 정부의 사과"라고 했다.
레지던트 3년 차로 수련했던 또 다른 전공의도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행정적인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대화 시작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지 화해를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며 "의사를 악마화하는 과정 등에 대한 정부의 사과 없이는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병원 내에서도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준 만큼 전공의들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바람일 뿐"이라며 "현장에서는 50% 돌아오면 다행이라는 분위기인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에 이어 사직서 제출과 집단 휴진 등으로 정부에 맞선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들의 복귀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무리한 의대 증원, 전문가들과 상의 없이 복지부 마음대로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기 때문에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타는 환자들은 정부가 입장을 바꾼 만큼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회장은 "이 정도면 정부가 해줄 것은 다 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환자들은 정말 한계에 이르렀고 참담한 상황이라, 이번 조치가 받아들여져서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면 환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