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간판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올해 상반기 상승률이 14%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부분 성과가 엔비디아 등 5개 초대형주에 집중됐다.
S&P500지수는 지난 28일(현지시간) 5,460.48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미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되자 5,523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이후 차익매물에 밀려서 0.41% 하락하며 마감했다.
S&P500 지수 상반기 상승률은 작년 같은 기간(16%)보단 조금 낮았지만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이후 보기 드문 수준이었다.
29일 블룸버그통신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S&P 500지수는 올해 상반기에 30차례 넘게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2021년 이후 3년 만의 기록이다.
2022년 10월 12일(3,577.03) 이후엔 시가총액이 16조달러(2경 2천조원) 이상 커졌다.
업종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에 기술주가 28% 이상 뛰었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부문이 26% 올랐다. 투자자들이 AI와 연계해서 데이터센터 에너지 공급에도 주목하면서 유틸리티 주식이 7.6% 올랐다. 부동산 업종은 고금리에 타격을 받아서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반기 상승장을 5개 초대형주(메가캡)가 이끌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FT는 29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애플이 상반기 S&P500 지수 상승에 약 60% 기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150% 오르면서, 단독 기여도가 31%에 달했다.
아마존,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테슬라, 메타플랫폼 등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은 상반기에 3조6천억달러(약 4천975조원) 이상 치솟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들 7개 기업의 18개월간 시가총액 증가는 8조3천억달러였다.
2분기만 보면 엔비디아, 애플, MS가 S&P500 지수 상승의 90% 이상을 주도하면서 불균형이 확대됐다.
S&P500 지수에서 기업 규모에 따른 가중치를 빼고 보면 상반기 상승률은 4%에 불과하고 2분기엔 오히려 하락했다.
금융서비스업체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전략가 케빈 고든은 "시장 표면 아래에선 약세 신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일부 투자자들은 덜 오른 IT주들이 상승세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모건스탠리 투자 운용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앤드로 슬리먼은 "AI가 방 안의 산소를 모두 빨아들였다"며 "다른 분야에 실적이 좋은데도 주목받지 못하는 회사가 많으며, 2분기 실적발표 기간에 이들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미 대선이 있는 해 가운데 올해가 상승 폭이 1928년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스톡 트레이더스 알마낵의 편집자 제프리 허쉬는 주식이 계절적 패턴과 거꾸로 가면서 몇주 내 5∼8%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미 증시에서 기술주가 독주하는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37년여 만에 최저로 추락했고 코코아 가격은 85% 뛰었다.
30일 프랑스 총선을 앞두고 프랑스 채권 위험은 유로 위기 이후 최고로 폭등했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금리인하가 지연되면서 주요 채권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
지난해 말엔 미 금리 인하가 7차례 예견됐지만 이제는 고작 1∼2회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만, MSCI 47개국 세계주식지수는 상반기 11%나 올랐다. 한국 코스피는 5.4%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 후 미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7월 4일 영국 총선에선 노동당이 14년 만에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라 캐피털 펀드 매니저 조지나 해밀턴은 프랑스 극우 후보 집권과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비하면 영국의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상당히 중도 성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