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가 올여름 유난히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평년을 웃도는 기온이 이어지면서 서울에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날 만큼 유독 빨리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러브버그 또한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24일 환경부와 지지체 등에 따르면 최근 도심, 공원은 물론 주거지 주변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검은색 곤충 떼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암수 한 쌍이 붙어서 날아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다.
러브버그는 성충이 된 이후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붙은 채 비행하거나 먹이를 먹는 특성이 있다.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 데다가 유충일 때는 흙바닥에서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과 수액을 먹으로 수분을 매개해 익충으로 분류된다.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1년에 1회 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유독 많은 개체가 출몰한 데다가 기존 주 서식지인 산속은 물론, 도심과 공원, 아파트 정원 등에서도 떼로 발견되면서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국민의힘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2년 4천418건에서 지난해 5천600건으로 27% 증가했다. 또 2022년 서울 자치구별 러브버그 민원의 98%가 은평·서대문·마포구 3개 구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작년에는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이처럼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꼽는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해가면서 기온이 더 높은 지역에 살던 곤충이 우리나라까지 서식지를 확대한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이른 폭염은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더 부추겼다.
이달 1∼20일 폭염일수는 2.4일로, 이미 역대 6월 최다를 기록했는데,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인 0.6일의 4배에 달한다.
러브버그는 익충으로 볼 수 있지만, 떼를 지어 출몰하는 데다가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이 있어 민원이 잇따르자 지자체에서도 방역에 나섰다.
서울 양평구는 최근 고압 살수차 등 방역 차량 15대, 초미립자 살포기, 충전식·압축식 분무기를 동원해 주택가, 다중이용시설, 녹지 등에서 러브버그 방역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올해 여름부터 주민 신청을 받아 도심 열섬효과를 예방하는 동시에 러브버그 퇴치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살수차를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식의 방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살충제를 뿌리면 천적까지 없애 오히려 대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타깃이 아닌 다른 생물이 예상하지 못한 악영향을 받거나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다른 생물이 나타날 위험이 있고, 농약이 식물에 침투해 장기간 머물 가능성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러브버그를 비롯해 대발생 생물의 출몰 원인과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방안을 찾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대발생 생물 발생원인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나타나면 야간에는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고, 밝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어두운색 옷을 입으면 몸에 러브버그가 달라붙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