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의료공백에 더해 집단휴진 사태까지 번지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환자단체가 외국의사 문호 개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정부에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의료 현장 투입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개최하자는 요청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연합회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가 수백명 이상으로, 이들의 의료현장 조기 투입 등 대책 마련을 고심할 때"라며 "전날 복지부에 이와 관련한 대국민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복지부는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지금처럼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에 오르면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공개되자 의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날고 기는 한국 의사들 놔두고 이제는 저질 의료인을 데리고 오려 한다"고 비난했고, 대한내과의사회는 "과연 외국의 어떤 의사가 자국의 의사를 위협하고 악마화하며 직업 선택의 자유마저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어 할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연합회는 "입법예고 기간 반대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국민은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 의사들의 진료 허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따라서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 투입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당장 시행할 계획은 없으며, 투입 시에는 안전장치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10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보완적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 의사를 아주 심각한 단계에서 예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공청회 개최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진료상황 공백을 주시하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