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가 1천153건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는 국제앰네스티의 집계가 나왔다.
이 단체는 29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형 집행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형 집행 건수는 2015년(1천634건) 이후 가장 많고 사형 집행 국가는 2022년 20개국에서 16개국으로 줄었다.
앰네스티는 세계 최대 사형 집행국인 중국의 통계는 명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이번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중국에서만 한 해 수천건의 사형이 집행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과 베트남도 광범위하게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치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집행된 1천153건 중 이란이 최소 853건(7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의 576명보다 48% 증가했다.
앰네스티는 이란 사례 중 최소 545건은 마약 관련 범죄나 강도, 간첩 행위 등 국제법상 사형에 처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처벌됐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권에서 특히 중죄로 처벌되는 마약 관련 범죄가 481건으로 집계됐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란 당국은 인간의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고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을 늘려 이란의 가장 소외되고 빈곤한 지역 사회에 사형이 미치는 차별적 영향을 더욱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란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172건, 소말리아 최소 38건, 미국 24건 등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2022년 18건에서 6건 증가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내려진 사형 선고는 전년도의 2천16건보다 20% 증가한 총 2천428건으로 집계됐다.
앰네스티는 다만 사형 폐지로 가는 진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2개국이 사형을 완전히 폐지했으며 법적·실질적 폐지국을 합하면 총 144개국에 달한다.
파키스탄이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했고 말레이시아는 사형 선고 의무제를 폐지했다. 케냐·라이베리아·짐바브웨에서는 사형 폐지 법안이 계류 중이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사형을 고집하는 소수의 국가는 시대 흐름에 따라 사형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앰네스티는 모든 정부가 인권에 대한 중요한 약속의 표시로 사형제도를 폐지하라는 유엔 요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