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고용 시장 둔화로 연준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열풍으로 크게 올랐던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차익실현이 이어졌지만, 이날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현지시간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41포인트, 0.51% 상승한 5,214.08, 나스닥은 43.51포인트, 0.27% 오른 1만 6,346.2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31.37포인트, 0.85% 뛰어 3만 9,387.76에 장을 마쳤다.
● 실업자 눈에 띄는 증가..금리인하 기대 높아졌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지난 3일 기준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는 23만 1천 건으로 예상치인 21만 2천건을 크게 웃돌았다. 2주 전 집계 기록도 20만 8천 건에서 20만 9천건으로 실업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속 실업수당청구건수는 178만 5천건으로 예상치인 179만 건을 밑돌았다. 4월 고용보고서 이후 노동시장이 둔화하는 징후를 재차 확인한 시장은 위험자산 가격을 일제히 높였다.
이날 오후 미 재무부가 진행한 30년 만기 국채입찰 결과도 상승장 흐름에 힘을 보탰다. 25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는 낙찰금리 4.635%, 응찰률은 2.41배를 기록했다. 평균 대비 높은 응찰률과 기관, 해외 투자 수요가 높게 나타나 낙찰금리는 시장 금리 대비 1bp 가량 높게 정해졌다.
이로 인해 이날 30년물 국채금리는 4.613%로 전날보다 1.9b 내렸고, 전세계 자산 가격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는 2.4bp 하락한 4.459%를 기록했다. 연방기금금리에 민감하에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도 2.5bp 내린 4.818%로 거래됐다.
● 유럽은 이미 금리인하 물결…영국도 인하 시그널
유럽중앙은행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면서 주변 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5.25%로 6회 연속 동결했지만, 통화정책 위원들 가운데 금리인하를 지지하는 인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에 나선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시장의 신중한 움직임에 대해 반박하고 "물가 진전에 고무적인 소식이 있다"고 밝혔다.그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지만, 향후 두 달 내에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영국에 앞서 주요 나라 가운데 스위스기 지난 3월 하순 기준금리를 25bp 내린 1.50%로 결정했다. 스위스는 2월 물가 상승룰이 1.2%로 목표치 범위에 들어온 뒤 9년 만에 인하 결정을 내렸다. 이후 헝가리(-75bp), 체코(-50bp) 등에 이어 스웨덴은 8년 만에 25bp의 기준금리 결정을 내렸다. 스웨덴 역시 물가 하락에 따라 하반기 두 차례 가량 금리를 더 내릴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위원인 피에르 분쉬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한 강연에서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경로를 보고 있다"면서 "0.5% 포인트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바꿀 징후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긴축을 지나치게 오래할 경우 그에 따른 비용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게이머 지갑 사정도 팍팍..로블록스 22% 폭락
팬데믹을 전후해 10대 이용자들의 인기로 고공행진했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소비 둔화 우려에 하루 22% 폭락했다.로블록스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19% 증가한 8억 1천 만 달러, 주당순손실 43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매출 7억 6,900만 달러와 주당순손실 53센트를 각각 상회한 성적이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올해 2분기 이후 전망에서 기대보다 매출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로블록스의 지난 분기 일평균 예약액은 11.89달러로 2% 증가에 그쳤고, 13세 이상 게이머들의 참여시간은 15% 늘어난 167억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평균 20% 이상 성장하던 로블록스에게는 2년 만에 최저 성장 속도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로블록스가 제시한 연간 예약액 전망치는 40~41억 달러로, 이전 전망치 41억 4천만 달러와 42억 8천만 달러 범위를 2억 달러 가까이 밑돌았다. 로블록스는 불확실한 경기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게이머들의 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형 미디어 업체인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워너)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지만, 디즈니와 합작한 스트리밍 사업에 대한 기대로 3.08% 올랐다.
워너의 1분기 주당순손실은 40센트로 월가 컨센서스 23센트를 크게 밑돌았고, 매출액 역시 전망치 102억 2천만 달러보다 낮은 99억 6천만 달러에 그쳤다. 스트리밍 가입자 수가 200만 명 증가했지만, TV네트워크 수익은 마이너스 8%, 영화 스튜디오 부문 수익은 12%나 줄었다. 이는 헐리우드 작가 파업 여파와 듄 파트2 외에 개봉작품의 흥행 부진 때문이다.
워너는 디즈니와 함께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올해 여름 미국에서 번들 스트리밍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해당 서비스는 디즈니 플러스, 훌루, 맥스 등 3종을 통합한 스트리밍으로, 기존 구독 대비 할인한 가격에 제공될 전망이다.
워너측은 계열사인 TNT케이블이 보유한 미프로농구(NBA) 중계권을 위한 협상도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최고경영자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NBA 리그와는 거의 40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면서 "계속 대화하고 있고,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NBA 파트너십은 경쟁사인 NBC유니버설, 아마존 프라임등이 도전 중이고 이에 따라 현재 TNT측이 지급했던 12억 달러의 배 이상인 25억 달러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될 전망이다.
● 창의력을 압착기에?..애플 새 광고 비판에 결국 사과
애플이 5.1㎜ 초박형 디자인을 내세운 신형 아이패드 프로 광고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했다. 해당 광고는 어린 시절 연주하던 피아노, 트럼펫, 기타 등 악기와 페인트, 인체 모형 등의 창작물이 초대형 압착기에 눌려 아이패드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았지만, 문화 예술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배우 휴그랜트는 팀 쿡이 게시한 X(전 트위터) 글을 리트윗한 뒤 "인간 경험의 파괴, 실리콘밸리 제공"이라고 비판했다.
A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아메리카스 리드2세 교수는 해당 광고가 "과거 추억, 즐거움을 짓밟았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람들의 손 때 묻은 물건이 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제품 출시 이틀만에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애플 마케팅 부사장인 토르 마이런은 광고전문지와의 대담에서 "사용자가 아이패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무수한 방법을 담았다"면서도 "그러한 목표를 놓친 영상이었다.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애플은 내부 광고 개발팀 외에 대행사인 TBWA/Media Arts Lab과 광고 작업을 오랜기간 진행해왔다.
한편 애플은 지난 7일 2022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아이패드 라인업을 새로 선보였다. M2 칩을 탑재한 아이패드 에어와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고성능 M4칩 기반의 아이패드 프로 2종으로 실적 만회를 시도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이날 1%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