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다섯 번째 집권 서막이 열렸습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28%을 얻어 2030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하게 될 푸틴 대통령은 어제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취임식을 갖고 집권 5기를 천명했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러시아 대선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취임식 불참 의사를 밝혔고요. EU 대부분 국가들도 취임식 보이콧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이도훈 주러시아 한국 대사가 참석하며 전략적 외교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그럼 현대판 차르의 대관식이라 불리는 이번 취임식에서 푸틴 대통령은 어떤 발언을 이어 갔을까요? 푸틴 대통령은 먼저 러시아의 단결을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고난 후 더욱 강력하게 거듭날 것이”라고 연설 포문을 열었는데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자급자족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가 원수의 모든 권한을 이 목적을 위해 쓰겠다”고 덧붙였는데,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의 군사력을 강화하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건데요. 서방 국가를 향해서는 “안보와 전략적 안정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대등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형태의 세계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방침도 밝혔는데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선택하고 북한과도 방문 시기를 조율 중인 만큼 반서방 연대 구축은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취임 연설에서도 나타나듯,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은 서방과 러시아의 신냉전 구도의 장기화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먼저 지난 4일 러시아 내무부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수배자 명단에 올린데 이어, 어제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5일에는 하르키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포탄과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는데요. 취임식 전날인 월요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러시아 군이 '전술 핵무기 훈련'을 시작할 조짐을 보였는데, 이는 러시아의 핵 전력을 과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을 견제할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에 더해 파이낸셜 타임스에서는 러시아가 유럽 전역에서 사보타주를 계획하고 있는 움직임을 유럽 정보 기관들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유럽과 러시아 간의 긴장감도 극대화되면서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유럽 방문이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시진핑 주석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3자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략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모든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조성하지도 않았고 당사자도 아니며, 중국의 공정한 입장은 국제사회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응수했는데요.
오는 7월에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휴전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오는 15일 전후로 푸틴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접한 관계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러시아가 유엔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대량으로 공급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미국이 이를 겨냥한 제재안을 내놓겠다고 밝혔고요.
BBC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쓴 미사일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미국과 유럽산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에 자국산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석유와 식량을 제공한 사실까지 전하면서, 이들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북한이라고도 칭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 시대가 개막한 영향을 먹거리에도 직격탄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증가했습니다. 전쟁 시점보다는 많이 하락했지만,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 가면서 반등 움직임을 보이는데요.
특히 옥수수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류 상황이 어려워지고, 브라질에서는 홍수로 인해 생산량 전망이 하락하자 크게 올랐는데요. 북중러 협력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 고조될 가운데 기상 악화까지 겹치면서 식품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도 면밀히 살펴 봐야겠습니다.
이번 러시아의 새로운 내각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했거나 합병 지역의 인물이 중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쟁 장기화로 관련 종목도 반등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서방 전력 회사들이 안전한 원자력 공급망을 모색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우라늄 채굴 기업인 카메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원에서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점도 카메코에는 호재로 작용했는데요. 이에 따라 부진한 1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목표가를 56달러로 상향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달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동맹국 안보를 지원해 주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규모로 공급할 기업인 록히드 마틴이 선정되면서, 최대 수혜자로 여겨지고 있는데, 실제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고, 수주 잔액은 올해 예상 매출액의 두 배가 넘습니다.
이렇게 오늘은 푸틴의 다섯번째 취임식을 짚어 보면서 장기화될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황을 확인해 봤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2020년 6년 중임제 개헌으로 2030년 대선에 또 한번 출마할 수 있고, 최대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습니다. 외신에서는 푸틴의 새로운 임기가 서방에 대한 도전과 고립에서 시작됐다고 표현하는데요. 신냉전 구도에서 비롯되는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김예림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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