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몸집 키우기를 중단하고 내실 다지기에 전력해온 컬리가 다시 성장 전략으로 '유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창사 이후 첫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대하는 등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신규 사업으로 패션 부문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빈폴, 구호, 코텔로 등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가 입점한 데 이어 3월에는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 쿠론, 럭키마르쉐, 마크제이콥스, 이로, 르캐시미어 등 코오롱FnC 7개 브랜드가 둥지를 틀었다.
현재 컬리의 패션·잡화 카테고리에서 판매되는 상품 수는 1천900개가 넘는다.
컬리가 패션·잡화 상품을 취급한 것은 2022년부터다. 자체 브랜드(PB) 'KS365'(컬리세이프)를 통해 티셔츠나 양말 스타킹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명절이나 어린이날, 신학기 등 시즌성 이벤트로 상품을 운용해 신선식품에 비해 주목도나 매출 비중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올 초부터 삼성물산, 코오롱FnC와 같은 국내 대표 브랜드를 차례로 끌어들이며 패션·잡화 부문의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다.
신선식품에 특화한 마켓컬리, 화장품에 집중하는 뷰티컬리에 이어 세 번째 주력 사업으로 패션을 낙점한 셈이다.
컬리는 자사 플랫폼의 주력 고객인 30∼40대 여성이 식품과 함께 화장품·패션 의류·잡화까지 한 번에 둘러보는 플랫폼을 구축해 또 한 번의 매출 성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2022년 11월에 론칭한 뷰티컬리는 지난해 컬리 전체 거래액(GMV)의 10% 비중을 차지하며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식품에 비해 단가가 높아 수익성 개선에도 큰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컬리는 뷰티 사업을 조기에 안착시킨 노하우를 살리면 패션 사업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컬리 관계자는 "패션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30∼40대 여성을 충성고객으로 두고 있는 데다 컬리의 장점인 상품 큐레이션 역량을 잘 활용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규 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올해 1분기 패션·카테고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로 늘면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컬리는 퀵커머스 사업에도 진출해 배송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 내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밀집 지역에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확보해 상반기 중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퀵커머스는 주문 후 1∼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물류 서비스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8시 전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샛별배송'에 이어 신속 배송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컬리는 유통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퀵커머스 수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컬리가 이처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77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천436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줄였다.
2015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한 이래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는 사상 첫 분기 EBITDA 흑자를 넘어 영업이익 흑자까지 바라보고 있다.
컬리는 신규 물류센터 구축 등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된 데다 지난해부터 지속한 고강도 재무 개선 작업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털어내 수익 구조가 안정화한 만큼 올해부터 성장 전략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복안이다.
컬리 관계자는 "최근의 EBITDA 흑자로 쌓인 현금을 쌓아두지 않고 신사업에 적극 투자해 2분기부터 다시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신사업을 토대로 더 단단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