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백화점 완구 코너에서 김명지(37)씨는 들고 있던 장난감 상자를 다시 진열대에 내려놨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는 게 그나마 좀 싸다"며 "오늘 주문하면 그래도 어린이날에 맞춰 배송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씨가 4살 아들 어린이날 선물로 고른 변신 로봇 세트는 7만원이었다. 그나마 인터넷에서는 몇천원 더 싸다는 것이다.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원모(33)씨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두 살 딸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지 못하다가 60% 할인하는 원피스를 찾았다"며 "세일하지 않았으면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이 다가오는 5월이지만 고물가에 지갑 사정에 빠듯한 서민들은 근심이 깊다. 5월이 '가정의 달'이 아닌 '가난의 달'이라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이날 레고 매장에 진열된 상품 가운데 60종의 평균 가격은 약 8만8천원이었다. 그나마 어린이날 기간 10∼30%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다.
유명 놀이공원의 종일 이용권은 어린이 기준 롯데월드 4만7천원, 서울랜드 4만3천원 등이다. 부모의 입장료와 외식비 등을 고려하면 하루에 가족당 최소 20여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나가는 금액에 한숨이 나온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족 기준으로 국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샐러드바를 이용하려면 13만4천800원이 든다. 작년에 비해 5천원을 더 내야 한다.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도 최근 대표 메뉴 가격을 1만8천원에서 1만9천900원으로 1천900원(10.5%) 올렸고, 맥도날드 역시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피자헛은 2종 메뉴 가격을 약 3%씩 인상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9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특히 외식 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삼겹살(200g) 가격은 작년 동월(1만9천236원) 대비 3.4% 오른 1만9천981원이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