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소셜미디어(SNS)와 TV에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과 술 먹는 방송 '술방'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연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박은철, 김진현)은 국제학술지 '영양학 저널'(Nutrition journal) 최신호에서 한국청소년위험행태조사(2022년)에 참여한 중고교생 5만453명(남 2만5천749명, 여 2만4천70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먹방 시청이 비만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학생들의 체질량지수(BMI)를 저체중, 정상, 과체중, 비만의 네 가지 그룹으로 나눠 지난 12개월 동안 먹방 시청 빈도를 분석했다. 이 결과 남학생의 63.9%, 여학생의 79.2%가 먹방을 시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먹방을 시청하는 남학생은 저체중(6.9%)보다 과체중(11.2%)과 비만(16.7%)이 월등히 많았으며, 여학생은 저체중(9.5%), 비만(9.2%), 과체중(8.0%) 순으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매주 1차례 이상 먹방을 시청한 남학생은 비만해질 위험이 먹방을 전혀 보지 않은 남학생보다 22%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또 먹방 시청에 더해 흡연, 음주, 잦은 패스트푸드 섭취, 가당 음료 섭취를 하는 남학생은 비만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같은 조건의 여학생 비만 위험도는 0.9%로, 남학생만큼의 큰 연관성은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먹방 시청이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따라하기'를 때문이라고 봤다. 먹방 영상 속 인플루언서처럼 빨리 먹기, 많이 먹기, 간식 먹기, 야식 먹기, 자극적인 식습관 등을 따라 하고, 운동과 사회적 상호작용 등 다른 활동에 대한 참여는 줄어듦으로써 비만이 될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먹방 시청이 신체의 생화학적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쳐 식욕을 촉진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증가시켜 음식 섭취가 증가해 비만을 일으키게 된다고 지목했다.
박은철 교수는 "먹방을 시청한 학생 중 38.6%가 자신의 식습관에 영향을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도 주관적으로 먹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한 학생들은 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학생들에 견줘 비만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청소년의 먹방 시청 시간 및 내용을 제한하거나, 먹방에 특화된 영양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규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먹방 시청을 중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교수)은 "먹방이나 술방은 자극적인 음식 섭취나 과식, 과음이 암묵적으로 즐거워질 수 있다는 잘못된 암시를 줌으로써 정신건강을 해치고 비만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중독의 관점에서 문제 행동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