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살인적인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전력난 위기마저 우려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수십년 만의 이례적 폭염에 최근 닷새 동안 최소 34명이 열사병 관련 증상으로 사망했다고 EFE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영리재단 재난포럼(DF)은 이는 작년 4∼6월 석 달 동안 비슷한 증상으로 숨진 24명을 훨씬 넘어선 수치라고 전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방글라데시에서 지난 20일 북서부 추아당가 지역 기온이 섭씨 42.6도로 치솟아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지 기상청은 지난 21일 전국 각급 학교와 대학에 1주일 휴교령을 내렸다.
기상학계는 기온이 42도 이상이면 '매우 심각한 열파'(heatwave) 상태로 보는데, 다카에서는 최근 기온이 40.6도를 기록해 58년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현지 매체들은 다카 등 일부 도시들은 지난 23일까지 일주일 기온이 최근 30년 같은 시점 평균 기온보다 섭씨 4∼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상황이 비슷한 태국에서 네이션 등 현지 매체들은 3월 이후 열사병으로 30명이 사망했다고 태국 질병통제국(DDC)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6월 4개월간 37명이 열사병으로 숨진 것보다 대폭 늘었다.
지난 22일 태국 북부 람팡 지역 기온은 섭씨 44.2도까지 상승했다. 수도 방콕 기온은 낮 최고 39도에 이르고 체감기온은 52도가 넘어 '매우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기상 당국은 지난 24일 방콕 지역에 폭염경보를 발령하면서 시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태국은 4∼5월이 가장 더운 시기지만, 최근 엘니뇨 영향으로 폭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필리핀도 체감기온이 섭씨 48도에 이르러 수천개 학교가 대면 수업을 중단했다. 필리핀에서는 연초부터 지난 18일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으로 6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동·서남아 각국들이 이상 고온을 겪자 전력 수요가 치솟아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의 경우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저조해 정부가 성명을 내고 화력발전을 위해 석탄 채굴업체들에 생산량을 최대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베트남은 이달 들어 일부 지역 기온이 섭씨 40.4도까지 치솟아 올해 5월과 7월의 전력 수요가 작년 동기보다 약 1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에서도 전력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전국전력망공사(NGCP)가 전날 오후 수도 마닐라가 있는 필리핀 최대 섬인 북부 루손섬 전력망 상태에 대해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