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우파 지도자들이 최근 자신들의 '친(親)자유주의적' 면모를 부각하는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극찬하거나 머스크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69) 전 브라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법치와 자유 수호' 집회에 참석했다고 보우소나루 소속 정당인 자유당이 밝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집회에서 대선 패배 불복 폭동 조장 혐의 등 자신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전면 반박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대통령 및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55) 브라질 대법원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머스크를 거명하며 "자유의 수호자이자 신화 같은 사람"이라고 추켜세운 뒤 "머스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자유를 잃었는지 보여줄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스타부 가이어(43) 하원 의원도 연설대에 올라 "머스크가 듣고 있을지 모르니 영어로 말하겠다"며 "우리를 보세요,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리가 세계의 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부 지지자는 미리 준비한 머스크 얼굴 가면을 손 높이 들며 이에 화답하기도 했다.
브라질 우파 정치행사에서 나온 다소 뜬금없는 '머스크 극찬'은 브라질 대법원의 엑스(X·옛 트위터) 제재 움직임과 연관 있다. 머스크는 엑스 소유주다.
최근 브라질 대법원은 일부 X 계정이 민주주의를 훼손할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전파하고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계정 폐지를 명령했고, 머스크는 이를 무시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맞선 바 있다.
다만 X의 브라질 현지 사무소는 법원 명령 준수 의사를 담은 3쪽 분량 문서를 브라질 대법원장에게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롯한 브라질 우파 정치인들이 '머스크 띄우기'에 나선 것은 이를 통해 "법원이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남용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불공정한 사법부 프레임'을 부각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임(2019∼2022년) 중 머스크와 만나 스타링크 사업을 비롯한 투자 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몇 차례 접촉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머스크를 칭찬한 사례는 거의 찾기 힘들다고 현지 언론 G1 등은 전했다.
브라질의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53) 대통령도 '머스크에 대한 강한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로부터 '극우 성향 자유주의자'라고 평가받는 밀레이 대통령은 그간 온라인에서 머스크와의 회동 의향을 여러 차례 밝힌 데 이어 최근엔 미국에서 직접 만나 '브로맨스'를 과시하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경쟁 이념에 기반한 글로벌 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머스크 역시 테슬라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 개발 등을 위해 '리튬 부국' 아르헨티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