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3월 생산자물가지수 하락과 애플의 인공지능 반도체 출시 기대로 전날 급락세를 딛고 상승 전환했다.
현지시간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42포인트, 0.74% 오른 5,199.06, 나스닥은 271.84포인트, 1.68% 뛴 1만 6,442.2로 올라섰다. 하지만 유통, 소비재, 금융, 제약 주요 기업들 주가 부진으로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는 2.43포인트, 0.01% 하락한 3만 8,459.08에 거래를 마쳤다.
● 희망 되살린 3월 도매물가…2월보다 상승속도 1/3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미국의 3월 생산자 물가지수는 시장 걱정을 크게 덜어냈다. 현지시간 11일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3월 생산자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컨센서스 0.3%는 물론 2월의 0.6%보다 크게 둔화한 기록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0.2%로 시장 예상치와 같았다. 지난 1년간 근원 생산자물가지수의 상승폭은 2월과 같은 2.8%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개인소비지출 예상치도 속속 공개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는 3월 개인소비지출 헤드라인 지표가 전월과 동일한 0.3%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0.2%로 물가 상승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내렸지만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RBC 캐피탈의 금리 전략가인 블레이크 그윈은 "시장은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이미 크게 반영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의 2차 상승, 실업률 급등과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더 큰 매도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레이크 그윈은 "6월의 금리인하는 올해 세 차례 인하 주장의 핵심이었다"면서 "예상을 벗어나면서 올해 첫 인하는 12월로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치뱅크도 첫 금리인하는 12월에 이뤄질 것에 힘을 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가펜은 "3월과 4월의 핵심 PCE는 전월 대비 0.25%로 예상한다"면서 "노동 시장 악화의 뚜렷한 징후가 없다면 빠르면 6월이나 9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방준비제도가 7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최대 2차례 인하할 것으로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지만, 바클레이스는 한 차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공개 연설에 나선 존 윌리엄스 뉴욕연준 총재는 "경제가 예상대로 성장한다면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윌리엄스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기간에 통화정책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준 총재도 같은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노동시장이 강하다면 금리인하의 시급성이 줄어든다"면서 "최근의 경제 지표는 내 전망을 바꾸지 못했고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과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미국채 10년물은 이날 양호한 생산자 물가지수에도 2.7bp상승한 4.587%로 상승폭을 키웠다. 슈로더 등 채권 트레이더들은 듀레이션을 축소하는 등 국채금리의 추가 급등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 지표보다 강력한 AI…애플 하루 만에 4% 폭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운 건 애플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소식을 단독으로 전한 블룸버그 마크 거먼의 보도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인공지능에 초점을 둔 M4 프로세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고, 맥북 라인업을 전면 교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애플 주가는 4.55% 급등한 주당 175달러선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시간외 거래에서는 간헐적인 투매로 주가가 160달러 선까지 밀리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M3 프로세서를 완전히 대체할 M4 프로세서를 곧 생산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성능을 강화한 이번 반도체는 보급형에 장착할 도넌(Donan), 브라바(Brava)와 최고사양 하이드라(Hidra)로 나뉘어 생산에 들어간다.
인공지능 전략 부재를 비판 받아온 애플은 오는 6월 10일부터 일주일간 온라인을 통해 세계 개발자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아이폰의 차기 운영체제와 인공지능 프로세서, 비전 프로와 맥OS 개발 방향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도에 앞서 "시장은 애플 제품과 서비스 마진의 잠재력을 또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향후 제품 매출보다 서비스 비중을 늘리면 전체 마진은 60%까지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제시한 애플의 목표주가는 현재보다 28% 가량 상승 여력을 둔 주당 225달러에 달한다.
한편 이날 연례 주주서한을 공개한 아마존도 사상 최고가로 올라섰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28분 분량의 서한에서 마켓플레이스와 아마존웹서비스 다음으로 성장의 축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웹서비스를 이용한 인공지능 추론 훈련 등의 기반을 만들고 메타의 라마2, 앤스로픽이 클로드3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엔비디아를 통한 서버 구축 외에 자체 개발한 트레니움, 인퍼렌시아 등 인공지능 맞춤형 반도체를 앤스로픽, 허깅페이스 등에 공급해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는 '초기 단계'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세상을 바꿀 인공지능은 AWS 위에서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격 1분기 실적 시즌 돌입…다이먼 경영 성과 주목
현지시간 12일 미국 대형 은행들을 시작으로 1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그룹이 한날에 실적을 공개하고, 다음주 15일 골드만삭스, 이튿날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대형은행들은 금리인상기였던 지난 2023 회계연도 전년대비 11% 증가한 1,040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올해 실적은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 등의 신용 위험, 채권금리의 재상승으로 인한 손실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JP모건은 이날 0.02% 약보합에 거래를 마쳤고,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소폭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사법 당국 등으로부터 자산관리 사업부의 자금세탁 방지 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로 5% 넘게 급락했다.
● 원유 수요 증가 전망, 지정학 위기에도 유가 하락국제유가는 뚜렷한 이유없이 약세를 기록했다. 이날 OPEC은 월간보고서에서 세계 수요 전망을 지난 달과 같은 2024년 기준 하루 225만 배럴, 내년 185만 배럴 예상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3월 생산량은 이란이 2만8천배럴 늘리는 등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란과 이스라엘간 긴장은 오늘도 계속됐다. 루푸트한자항공은 이란 테헤란을 오가던 직항편을 중단하는 등 위기 징후가 이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이런 변수들 속에 전 거래일보다 0.7% 내린 배럴당 85.6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원자재 시장에서 국제 금값은 2% 급등해 트라이온스당 2,395.4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