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직장인 부모 수는 20만명에 달했습니다. 역대 최고치였죠.
아빠 육아휴직도 늘었는데요. 남성 육아휴직자는 처음으로 5만명을 돌파해 전체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아빠였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여전히 대기업의 전유물인 걸까요.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아빠의 70.1%, 엄마의 60%가 대기업 직원이었습니다.
직장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 탓도 있지만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자 수 자체가 적어 동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가지 못하는 겁니다.
대신 일을 완전히 쉬지 않고도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찾도록 돕는 제도가 있습니다.
육아를 하는 대신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입니다.
● 육아휴직 못 썼다면…2년까지 단축근무 '선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만 8세 이하(초등학교 2학년)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육아를 위해 1년 동안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단축해 회사를 다닐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1일 8시간으로 주 5일간 일할 경우에는 1일 1시간~5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기본 1년이 보장되는데요.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최대 2년간 혜택을 누릴 수 있고, 3개월 단위로 나눠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2년의 기간동안 육아휴직(1년 기한)과 근로시간 단축(2년 기한)을 나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육아휴직 1년 + 근로시간 단축 1년 △육아휴직 6개월 + 근로시간 단축 1년 6개월 △육아휴직 미사용 + 근로시간 단축 2년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하려는 근로자는 예정일 30일 전에 사업주에게 신청해야 하는데요.
만약 사업주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우선 해당 근로자에게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거나, 그 밖의 조치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지를 해당 근로자와 협의해야 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주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다만 △단축개시예정일의 전날까지 계속 근로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일 경우 △직업안정기관에 구인신청을 하고 14일 이상 대체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경우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 분할 수행이 곤란하거나 근로시간 단축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사업주가 이를 증명)은 예외 사유로 인정됩니다.
위의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했더라도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해 근로시간 단축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옮긴 직장의 사업주가 허용해야 합니다
● 근로시간 단축 기간 중 연장근로 요구 안돼요~'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적으로 근로자 보호 장치도 마련돼 있는데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고 있는 근로자에겐 사업주는 단축된 근로시간 외에 연장근로 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주 12시간 이내에서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요. 이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가산수당도 반드시 지급해야 합니다(위반 시 1천만원 이하 벌금).
예컨대 하루 6시간 근무하기로 근로시간 단축을 활용 중인 근로자가 7시간씩 5일, 주 35시간을 일할 경우엔 단축 후 소정근로시간에 비해 매일 1시간씩 더 근무했기 때문에 가산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사업주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불리한 근로조건을 제시하거나 해고,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도 안됩니다(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근로시간 단축 종료 후에는 단축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해야 합니다(위반 시 500만원 이하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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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로 일찍 퇴근에도 눈치 보지 마세요~업무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도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용도는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용자 수는 2018년만 해도 3,820명이었지만 지난해엔 2만3,188명으로 증가해 5년 새 6배나 급증했습니다.
특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업무공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겐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실제 지난해 중소기업 이용자는 1만4천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64%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업무 공백을 기존 직원들이 메우다 보니 동료의 눈치가 보여 제도를 활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는데요.
그래서 정부는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지원금'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주 10시간 이상 사용하고 그 업무를 분담한 동료 근로자에게 중소기업 사업주가 보상을 지급하면, 사업주는 최대 월 2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를 나눠 맡아도 금전적인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내 빈자리를 채울 동료'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정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금 예산규모를 지난해 112억원에셔 올해 433억원으로 약 4배나 늘렸는데요.
사용 대상 자녀 나이도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에서 12세(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확대하고, 부모 한명당 사용기간도 최대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까지 연장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도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저출생이 국가의 존립까지 흔드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근무 형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러한 측면에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현장에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성화와 함께 육아휴직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수준의 지원 혜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생과 초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현금을 지원하기보다 아이를 편하게 키울 수 있도록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요.
2022년 육아·개호휴업을 개정, 아이가 출생한 후 8주 이내의 '남성판 출산휴가'가 의무적으로 신설하고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남자 직원들도 최대 4회까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최근엔 일본 정부가 남성 육아휴직률을 공표하는 의무 대상기업을 기존 1000명 초과에서 300명 초과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ㅐㅆ고요.
올해부터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대신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을 기존의 연간 1인당 10만엔(약 88만원)에서 최대 125만엔(약 1107만원)으로 12배나 인상했는데요.
우리나라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엔 동료 업무 분담 지원금이 있지만, 육아휴직엔 '육아동료 수당'이 아직 없습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이제 맘 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육아동료 수당 지급이나 대체인력 직접 지원 등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체감 정책이 절실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