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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 떠돌이 개 학대에 실형 선고, 생명 존중 의미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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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보호법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이 이루어져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3월 13일 제주지방법원은 동물에게 상해를 입혀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약 10년 만에 크게 개정되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현행 동물보호법 뿐만 아니라(현행 동물보호법에 대한 내용은 필자의 2023. 6. 28.자 기고 글 『[민사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 개정 동물보호법 시행 두 달, 관리·보호 소홀도 처벌 받을 수 있어』를 참조), 그 이전에 시행되었던 구 동물보호법에도 동물을 학대하여 상해를 입히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동물 학대가 발생하더라도 우연히 그 현장에 경찰이 있지 않은 이상, 동물이 스스로 학대당했다고 신고할 수 없지 않은가. 결국 동물 학대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사건화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신고가 필수적이다. 그러다보니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학대당한 동물에게 주인 혹은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후술하듯이 “주인”이라는 표현은 법률적으로는 특별히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도 하나의 생명체인 점을 고려하여 보다 적절하고도 새로운 표현을 우리 사회가 합의해내기를 희망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그간 동물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의 경우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인”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함을 일러둔다).

또한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 민법상, 동물에 대한 학대는 그 주인의 손해 발생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기에, 주인이 있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비교하자면, 주인이 있는 쪽이 사건화 되기 쉽고, 사회적 주목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주인이 없는 떠돌이 개에 대한 학대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한 것이자, 그 정도 또한 상당히 엄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떠돌이 개가 피고인 소유의 닭 사육장 창고에서 도망 나가는 것을 보고, 활을 쏘아 맞춰 떠돌이 개의 허리를 관통하는 상해를 입혔다. 피고인은 과거 들개가 사육하던 닭을 물어 죽였던 적이 있어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변호하였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참작할 만한 사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떠돌이 개가 피고인의 닭을 물어 죽인 그 들개도 아니고, 상해의 정도 역시 허리를 관통당한 수준에 이르러 매우 심각하다. 하물며, 이 사건 떠돌이 개는 피고인의 인기척에 달아나던 중이 아닌가.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이미 들개가 닭 사육장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보강한다거나 하는 대안을 강구하였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활을 쏘아 상해를 입힌 것을 선량하고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사건에 대해서, 그래도 사람이 우선 아닌가, 동물을 상대로 한 것인데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가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사람의 생명·건강에 대하여 위험이 발생한 상황이라면 동물보다는 사람을 우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아님에도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생명·건강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 판결은, 우리 사회에 비록 주인 없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소중한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현)대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남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중앙지역군사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신길제1동 마을변호사, (현)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 (현)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헬프애니멀 프로보노(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변호사 민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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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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