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15일(현지시간) 시작한다.
시간대가 11개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대선을 치른다.
가장 동쪽에 있는 추코트카 자치구·캄차카주부터 발트해에 접한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까지 각 시간대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러시아가 2022년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지역 4곳에서도 처음으로 러시아 대선이 실시된다.
이번 대선의 관심사는 당선자가 아닌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다.
총 4명의 후보 중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을 제외하고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등 3명은 지지도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2000·2004·2012·2018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2008∼2012년에는 총리로 물러나 있었지만 실권을 유지했다.
이번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하면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더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모두 30년간 크렘린궁 자리를 지킴으로써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29년 집권)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2036년까지 집권 연장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84세까지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종신집권이나 다름없다.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18세기 황제 예카테리나 2세(34년 재위)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가 유일하게 넘을 수 없는 지도자는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뿐이다.
이번 대선은 그가 2018년에 세운 최고 득표율(76.7%)을 깨고 80%대 득표율을 달성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투표율 역시 푸틴 정권에 대한 지지도의 척도여서 러시아 정부는 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2018년 대선 투표율은 67.5%였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부터 2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전날 연설을 통해 "어려운 시기와 복잡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투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투표로 애국적인 입장을 표현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