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존 시나가 10일(현지시간) 열린 제96회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파격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의상상 시상을 맡은 존 시나는 주요 부위만 가린 채 나체로 무대에 올라 전 세계 영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앞서 진행자인 지미 키멀은 1974년 제46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행사 도중 돌연 한 벌거벗은 남성이 무대 위에 뛰어올랐던 황당한 순간을 언급했고, 당시의 장면을 담은 영상이 재생됐다.
이어 키멀은 "만약 오늘 벌거벗은 남자가 무대를 가로질러 달려간다면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그 직후 무대 구석에서 웃통을 벗은 존 시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시나가 이어 커다란 봉투로 주요 부위만 가린 채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수상 후보작을 보여주는 영상이 나타난 뒤 그는 고대 로마풍의 황금색 커튼을 두르고 등장해 의상상 수상자를 호명했다.
그는 영화 '바비'에 카메오로 출연한 인연으로 이날 오스카 무대에 섰다. 키멀이 나체를 언급한 데 대해 "웃기려고 한 것"이라고 말하자 "남성의 몸은 농담거리가 아니다"라고 외쳐 좌중을 웃겼다.
미 언론에 따르면 1970년대는 누드 열풍이 한창이던 시절이어서 남성들이 나체로 공개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통산 네 번째 오스카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겸 방송인 키멀은 '바비' 사운드트랙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 영화에 대한 찬사를 시작으로 행사의 막을 올렸다.
그는 "많은 사람이 감독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그레타 거윅 덕분에 이제 바비는 페미니스트 아이콘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자, 바비의 거윅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손뼉을 치고 있지만, 그(거윅)에게 투표하지 않은 건 여러분이다.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꼬집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앞서 할리우드에서는 이번 오스카 감독상 후보가 발표됐을 당시 바비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도 여성인 거윅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지명되지 않은 것을 두고 성차별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사자인 거윅 감독은 자신을 지지하는 키멀의 뼈있는 농담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키멀은 영화 속 의상이라며 분홍색 바지를 들고 나와 "가져 가실 분"이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키멀은 이날 오프닝 멘트로 미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인 풍자도 곁들였다.
영화 '가여운 것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에마 스톤을 소개하면서 "에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반박 연설을 한 여성처럼 어린아이의 뇌를 가진 성인 여성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응하는 반박 연설을 한 공화당의 최연소 여성 상원의원 케이티 브릿(42)이 자택 주방에 앉아 연기하는 듯 부자연스러운 어조 등으로 연설해 도마 위에 오른 것을 꼬집은 것이다.
키멀은 또 지난해 배우와 작가들의 동반 파업으로 얻은 성과를 거론하며 "이 가식적이고 피상적인 이상한 도시가 노조의 중심에 있음을 가르쳐줬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보톡스만 잔뜩 맞은 게 아니다"라고 농담했다.
이어 "우리가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곁에 모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재 노사 협상을 진행 중인 화물운수 노동자들과 무대 뒤 제작업무 노동자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 좌중의 기립 박수를 끌어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