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난동으로 무법천지가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정부는 7일(현지시간) 수도인 포르토프랭스를 포함하는 서부지역에 내린 비상사태를 한 달 연장한다고 밝혔다.
아이티의 주요 항구도 이날 폐쇄됐다.
비상사태는 다음 달 3일까지 연장되며, 이달 11일까지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렸다.
아이티 정부는 "질서를 재확립하고 상황을 다시 통제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상사태 선포로 주간과 야간의 모든 시위가 금지되고, 보안군이 통행금지령을 집행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람을 체포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아이티 정부는 밝혔다.
유엔은 총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할 인력과 장비, 병상, 약품, 혈액이 부족해 보건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필수 장비와 의료품, 식량을 실은 트럭 24대는 포르토프랭스 항구에서 발이 묶인 상태다.
카리브해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갱단의 습격과 이들에 맞선 경찰·시민군의 교전, 각종 보복성 폭력 등으로 지난해 수천 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구의 9%가 거주하는 한 지역에서만 지난해 폭력 사태로 최소 2천3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갱단이 아리엘 앙리 총리가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이달 3일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3천여명을 탈옥시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탈옥 사태 직후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 극심한 빈곤 속에 행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아이티에서는 2016년 이후 선거가 실시되지 않았고 대통령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권력을 잡은 앙리 총리는 올해 2월 퇴임할 예정이었지만 새 선거 전까지 야권과 권력 분점에 합의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2월에는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앙리 총리가 거센 사임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새로운 통치 구조로의 신속한 전환을 촉구했다.
외신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아이티 총리가 현재의 안보 상황을 해결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과정을 따르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 전환을 가속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앙리 총리에게 긴급한 정치적 전환을 요청했다고 국무부 관계자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