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효성에 반대표 던진 까닭은국민연금이 조현준 효성 회장·조현상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인데요.
조현준 회장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다며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고, 동생 조현상 부회장은 감시의무가 소홀했고 그룹 내 겸임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게 반대 이유입니다. 국민연금은 효성 뿐 아니라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주주총회에도 역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올라가는 건에 대해서는 반대권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현재 효성 지분 6%를 조금 넘게 들고 있는데, 조석래 명예회장 때부터 효성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오기는 했습니다. 2018년에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골자를 하는 스튜어드십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로는 효성 오너 일가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반대 의견을 밝혀왔습니다. 다만 이 의견이 받아들여진 적이 없습니다. 효성은 분기보고서 기준 최대주주 관련 지분만 56%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과 효성과의 ‘악연’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은 우리 증시 밸류업을 위해서 넘어야 할, 혹은 고쳐내야 할 지배구조 문제가 얼마나 공고하냐 하는 점입니다. 단순 지분 대결로 가서는 주주가치 제고 달성이 어쩌면 어려울 수 있지 않나, 다른 것들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시사점이 있다는 점이겠지요.
지난해 국민연금이 참여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560건으로 전체 안건(4046건)의 13.8%로 집계됐는데요. 올해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주총들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국민연금이 낸 반대의견이 실제 주주총회에서 관철될 확률이 그동안 워낙 낮았습니다. 2022년엔 반대의견 가운데 1%만 성사됐거든요.
어제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자문단'이 출범했는데, 국민연금이나 JP모간 등 기관투자자도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합니다. 가이드라인 속도를 당초 예정인 상반기보다도 좀 앞서서 내보자,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속도만큼이나 알맹이도 중요할 텐데, 자율성이라는 이야기가 첫 회의에서 다시 강조된 것들이 투자자 입장에선 조금 불안할 수 있겠고요. 밸류업 부문에서 정말로 중요한 점들, 지배구조에 대한 부분도 건드릴 수 있을지도 지켜볼 부분이 되겠습니다.
●은행 산업전망 내린 무디스, 왜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은행 산업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습니다. 앞으로 1년 6개월 내, 그러니까 큰 틀에서 내년까지 국내 은행의 영업 환경과 건전성, 수익성 부문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무디스는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정점을 찍고 대출 경쟁이 심화하면서 순이자마진 추정 평균이 작년 1.6%에서 올해 1.5%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 상생 금융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은행도 대출 금리 인하를 약속했고, 이런 게 은행들의 실적 하락 압력을 가중한다고 짚었고요.
또 우리 금융감독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이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판단할 경우 은행들이 이에 대한 투자자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상해야 할 수 있다는 점도 산업 전망 하향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동안 밸류업 기대감으로 상승해온 은행주에게 좋은 일이냐 하면 당연히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만, 이번 건은 개별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과는 다르고, 큰 틀에서 올해와 내년까지 은행주 실적에 좋지 않은 환경이 있다, 라고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ELS 실제 배상규모가 얼마나 될지,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얼마나 셀지가 관건일 텐데 관련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최근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랑 수시검사를 하는데, 정기검사보다는 수시검사라는 단어가 나올 때 해당 은행에 더 악재가 될 수 있거든요. 금감원은 NH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돌입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업무상 배임사고와 지배구조 문제를 들여다본다는 한다는 취지입니다.
무디스는 국내 경제에 대해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장기 평균 2.5%를 밑도는 2.0%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경제성장률 2.2%, 피치와 한국은행 전망치 2.1%와 비교하면 더 낮은 전망치입니다.
무디스는 우선 고금리가 성장률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주력 산업은 수출 회복세를 보이지만, 과도한 이자 부담과 높은 생활비는 구매력을 약화해 민간 소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무디스는 지난해 0.38% 수준이었던 은행 평균 연체율이 향후 18개월 이내에 0.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도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