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 유주안 기자의 도쿄 증시 취재 내용 어제에 이어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정부가 증시 '밸류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판 밸류업의 내용은 어땠는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준비했습니다. 일본의 밸류업은 사실 작년 재작년이 아닌, 무려 20여년 전부터 추진돼 온 장기 플랜이었죠?
<기자>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 증시 강세의 배경중 증시의 체질개선이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고요, 이 체질개선은 아베노믹스의 한 부분이었던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또한 도쿄증권거래소가 추진해온 일명 저PBR 개혁, 양대축으로 가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외 세제적 측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의 요인도 있지만 오늘은 두 가지 개혁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도쿄를 방문해 도쿄증권거래소의 이와나가 모리유키 CEO와 긴 시간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그는 이 두가지 개혁의 지난 25년의 연혁에 대해 큰 비중으로 상세히 설명해줬습니다.
기업 지배구조 측면의 개혁은 지난 1999년부터 본격화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기업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가 발생하면서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차원의 소극적, 수비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며 시작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 아닌, 기업가치를 올리라는 쪽으로 적극적, 공격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다음으로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구현을 위한 행동' 이니셔티브로, 일명 저PBR 개혁입니다.
작년 3월에 도쿄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에게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서를 내라는 지침을 공식화했고, 올해 1월부터 계획서 제출 여부를 매월 공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이 생기기까지 다소 우연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앵커> 상당히 큰 파급효과를 가져온 정책인데 우연하게 생겼다니 무슨 뜻이죠?
<기자> 일본은 지난 2013년에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를 통합해 일본거래소그룹이라는 지주사체제로 출범했는데요, 그 전까지 각 세개의 시장을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2022년에 현행 체제대로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시장으로 구분하게 됐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이슈가, 기존 도쿄거래소 1부 소속기업 중 프라임 소속기업에 요구되는 순이익 요건 등을 충족하지 않는 기업들이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이런 기업들을 프라임 시장으로 그대로 옮길 것이냐에 대한 회의를 열었고, 처음에는 유예기간을 3년 주고 일단은 프라임에 넣어주기로 중지를 모았다고 합니다, 유예기간 이후에도 요건을 충족못하면 이때 프라임 시장에서 퇴출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회의 멤버중 한 명이 소속 기업 절반이 PBR 1배도 되지 않는 시장이 일본의 프라임 시장이라면 일본 주식시장에는 미래가 없다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기업가치를 어떻게 올릴지에 대한 계획서를 받자, 이렇게 논의가 진행이 되면서 2023년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1년 지난 올 1월부터 명단을 공개하기 이르렀습니다.
<앵커> 기업들이 실제 잘 따라주고 있나요? 이런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기자> 실제 기업들이 변화했는지가 이번 출장에서 알아보고 싶은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오래된 중견기업의 CEO를 만나고 왔는데, 안정된 경영실적을 내고 있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애쓰는데 PBR이 낮은 기업이었습니다.
먼저 이 기업의 대표이사가 소개하는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소타 야마구치/아스카제약홀딩스 전무·아스카제약 CEO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한 거래소의 지침이 있었고 지금까지 당사의 ROE 수준을 보면 올해는 8%를 달성했지만 PBR은 1배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 이유가 앞으로의 성장 전략이나 비전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IR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게 되었습니다."
거래소가 요구한 PBR 개선 이행 계획에 따라 주주들과의 소통을 크게 늘렸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올해부터 배당도 대폭 확대할 계획인데요, 지금까지는 실적과 무관하게 1주당 20엔씩 배당을 해오던 배당정책을 배당성향 30%로 목표를 바꾸어서 주주환원을 높일 계획이고, 자사주 매입을 검토중입니다.
이같은 적극적 주주환원에 해당 기업 주가는 최근 1년간 10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는 평균적인 수치로도 알 수 있는데, 최근 1년간 일본 상장사는 4조엔 어치의 자사주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한화로 치면 약 36조원 가량 됩니다. 기준 기간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지난 2022년 자사주 매입액이 5조원에 못 미칩니다. 또한 일본 기업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서 프라임 소속 기업 대부분이 이사회 3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으며, 일본 기업들이 관례적으로 기업간 주식을 교차 보유해온 정책보유주, 상호보유주 비중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켄고 니시야마 /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07년엔 도쿄거래소 1부 상장사중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둔 기업은 10%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프라임 상장 기업 대부분이 3분의 1이상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습니다. 또 정책보유주, 상호보유주의 비율은 떨어지고 주주환원 관련해서는 배당이 늘어나거나 자사주의 매수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앵커> 현재 우리나라도 배우자고 하는 것보니, 지금까지는 성공한 정책이라 보여지는데 성공에 주효했던 요소는 무엇입니까?
<기자> 도쿄증권거래소가 이같은 개혁의 선봉에 서서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모리유키 CEO에게 들어봤습니다.
먼저 명확하고 직관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 유효했다고 판단합니다.
PBR 1배, 라는 쉬운 표현이 기업과 투자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갔다. ROE 8% 역시 기준으로 제시됐으나, 주식시장 평가가 장부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PBR 기준이 훨씬 더 주주들과 기업에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언론의 힘을 들었습니다.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고, 반복된 노출로 인해 제도의 필요성이 충분히 설득되었고, 기업들에게 잣대로서 작용하게 되었다는 설명 입니다.
이 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성공한다면 주식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제도의 선순환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업이 스스로 변화하도록 유도한 것이며 그 판단은 투자자와 시장이 하게끔 두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는 곧 투자자와 시장의 힘을 빌어 기업을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CEO
"중요한 건 북풍이 아니라 태양과 같은 방식으로 회사 경영자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입니다. 경영자의 마인드를 바꾸려면 자사의 기업 가치를 스스로 자발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오는 7월 밸류업 확정 버전을 내놓을텐데, 이와 관련해서도 얘기를 나눠봤나요?
<기자> 우리나라가 세제혜택을 포함한 강력한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일본은 이같은 우대조치까지는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발 앞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지 일년을 맞았고,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추가적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거래소를 주축으로 기업의 IR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요, 관련 인력이 부족한 기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집을 만들어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IR이 어려운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상장기업 서포트팀을 만들어서 1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지수 부분과 관련한 개혁도 예고했습니다. 저PBR 개혁과 맞물려 개발한 JPX프라임150 지수가 있는데, 성과는 다소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에는 토픽스 지수가 연기금과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추종하는 대표 지수인데, 이 지수가 일본의 개혁 취지를 보다 반영하고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