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니케이225가 이번주 초에 4만 고지를 뚫었습니다. 일본 주식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계시고, 또 우리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 사례를 일부 벤치마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사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유주안 기자가 도쿄증권거래소 CEO를 만나서 증시강세 배경과 거래소의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오늘은 먼저 일본 증시의 강세와 전망에 대해 들어봅니다.
먼저 증시가 강세인데 일본 내 분위기도 좋습니까?
<기자>
일본이 30년간 경기의 침체 시기를 거쳐왔는데, 최근에 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주가가 경기의 선행지수라고 하는데요, 일반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점을 체감하지는 못한다면서도 분위기는 활기차고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3월 1일에 도쿄증권거래소를 방문했는데, 이날 니케이 지수가 2% 넘게 상승세를 보이면서 4만 돌파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여러 일본의 언론들이 거래소에 카메라를 들고 4만 돌파 순간을 영상에 담으려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기대감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의 CEO인 이와나가 모리유키 씨와 한 시간 반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진행하는 내내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CEO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이제 끝났습니다. 앞으로는 새롭게 활기 띤 일본이 시작될 것이며, 일본을 바라보는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앵커>
도쿄증권거래소의 수장은 주가 강세 원인을 무엇이라고 분석하나요?
<기자>
지배적인 분석과 마찬가지로 그는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적 이익, 엔저에 따른 효과 등을 언급하면서도 증시 강세 제1의 원인으로 기업의 실적을 꼽았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3년간 일본의 상장사 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3 회계연도 실적이 오는 5월경부터 발표될텐데 호조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잇습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지금처럼 실적이 좋아지기 이전부터 설비투자를 지속하면서 성장에 대한 발판을 마련해왔다고 했는데요, 작년에 설비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또 수급면에서는 기업 실적 호조를 예견한 외국인의 투자금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되며 주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치적으로 지난 1년간 외국인이 일본 주식을 7조 엔 가량 순매수 했다고 하고요, 일본 정부가 상장사들에게 기업가치를 올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적극 호응한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자사주를 4조 엔이나 순매수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증시의 규모도 과거에 비해 많이 커졌다고 소개했는데요. 지금 니케이225 지수상 버블경제 1989년 고점과 비교하는 목소리를 의식하는지 비교를 해서 알려줬습니다.
1989년 당시 일본 증시 상장사가 1007개사인데 비해 현재 3900개사로 세 배 이상 수적으로 많고, 당시 시가총액 590조엔, 현재 950조엔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편입된 종목 225개를 가지고 산출하는 니케이225 지수는 당시 고점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일본 증시는 내용과 질적으로 과거와 다르다 이런 내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일본은 한참 전부터 정부와 거래소가 증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하는데, 주식시장에 대해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기자>
네 ,이를 두고 '에쿼티 거버넌스(Equity Governance) 시대'라고 표현했는데요, 과거 일본 경제가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행에 모이도록 유도하고, 그것이 기업에게 유입됨으로써 일본의 경제가 잘 돌아가고 성장할 수 있게 한 것이 '뱅크 거버넌스'였다면, 지금은 주식시장이 그 기능을 하는 '에쿼티 거버넌스' 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쓰이는 개념은 아니지만 상당히 주식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고 절박함을 나타내주는 걸로 풀이됩니다.
다시 한 번 만나보시죠.
[인터뷰]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CEO
"과거에는 경제가 전체적으로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도 모두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성장이 느린 시대이기 때문에 은행이 어떤 회사를 관리하는 방식, 즉 뱅크 거버넌스 방식은 시대와 맞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주주와 투자자가 회사를 감시하고 그 회사를 성장시키는, 에쿼티 거버넌스 방식이 경제성장을 이끕니다."
이같은 에쿼티 거버넌스 하에서는 기업이 은행이 아닌, 주주와 투자자들의 감시를 받으며, 이들이 제시하는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기업은 주주들을 의식한 경영활동을 해야하고, 주주와 투자자들이 기업에게 상도 주고 벌도 줄 수 있는 주체가 됩니다. 상은 주가가 오른 것이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는 것은 패널티가 됩니다.
내일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지만 일본 정부와 증권거래소가 취해온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앵커>
일본도 일부 반도체주 위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버블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 이야기도 들어봤나요?
<기자>
일본 증시가 모처럼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일본 언론들도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버블론에 대한 소개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버블론의 대표적 예시로 도쿄일렉트론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작년 연말에 38배에서 최근 53배로 올랐다는 점이 언급되는데요,
일부 업종이나 종목이 실적이나 주가수익률 면에서 시장을 주도하면서 버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장 전체로 본다면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고 수급측면에서 추가적 자금유입이 기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일본 취재에서 자산운용사 대표를 만나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ETF 전문 자산운용사인 글로벌X가 5년전에 일본에 설립한 글로벌X재팬은 일본 유일의 ETF 전문운용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최근 일본 증시의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봉석 글로벌X재팬 공동대표
"최근에 엔화 약세로 인해서 굉장히 수출 대형 기업들의 실적이 굉장히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수 기업들도 물가가 이제 어느 정도 올라오는 그런 상황에서 충분히 어느 정도 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을 이제 책정을 하다 보니까 실적이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고요. 수급적으로도 아직까지 일본의 기관과 개인들은 본격적으로 일본 주식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일본의 기관과 개인이 아직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앞으로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가요?
<기자>
거리로 나가 시민들 인터뷰를 진행을 했는데, 상당수의 시민들이 NISA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주식에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최근 비과세 한도와 기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투자를 새롭게 시작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일본의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개인저축계좌로, 국내외 주식 및 배당금에 부과되는 20%의 세금을 과세하지 않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비과세 기간을 무기한으로 늘리고, 연간 납입한도와 총투자한도를 대폭 늘린 신 NISA가 도입되면서 쇄도하는 문의로 온라인 증권사인 라쿠텐 증권의 콜센타가 마비됐다, 는 말이 들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금융상품입니다.
이 계좌를 통해 물론 미국 주식 등 해외주식 투자도 하지만 최근 일본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주가도 오르면서 일본 주식 매입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준 것은 마치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본 주식을 사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주체들이 다같이 팔을 걷어붙인 게 현재 일본 주식시장의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내일은 일본이 추진한 증시개혁 관련한 내용, 성공 요인과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 준비해주세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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