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스 2세'라는 가명을 쓴 익명의 추기경이 등장해 가톨릭 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수 가톨릭 웹사이트 '데일리 컴퍼스'에는 '데모스 2세'라는 가명으로 '바티칸의 내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이 매체는 한 추기경이 다른 추기경들과 주교들의 제안을 취합한 후 작성했다며 보복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해당 추기경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글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이 가득 실렸다.
익명을 원한 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점으로 약자에 대한 연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도움 등을 인정했지만 단점도 똑같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독재적이고 때로는 보복적으로 보이는 통치 스타일, 법 문제에 대한 부주의, 정중한 의견 차이에 대한 편협함이 교황의 단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것은 신앙과 도덕 문제에서 신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모호성"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가톨릭계에선 이례적인 개혁파다. 동성애, 피임,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불법 이민 문제 등에 전향적이었고 가톨릭의 식민 지배 가담과 사제의 성추행을 적극적으로 사과했다.
최근에는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해 보수파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익명의 추기경은 교황의 개혁 정책이 혼란을 가져왔다면서 "혼란은 분열과 갈등을 낳는다"며 "그 결과 오늘날 교회는 최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분열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차기 교황이 갖춰야 할 7가지 덕목을 제안했다.
이 제안들은 추기경들이 차기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모임)에서 올곧은 정통주의자이면서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통치 스타일의 후보를 다음 교황으로 뽑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즉,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반대의 인물을 차기 교황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모스 2세'는 이 글에서 "이 기고가 다음 교황청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필요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