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에서 교도소가 폭력조직에 통제권을 빼앗겨 오히려 범죄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멕시코 내 교도소 285곳 가운데 절반은 범죄조직에 의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교도소 36곳 중 대부분이 어느 정도 갱단의 통제 아래 있다. 브라질은 교도소 내 소요를 피하기 위해 수감자들이 소속된 갱단별로 감방을 나누기도 한다.
NYT는 중남미 전역의 교도소에서 갱단이 수감자들에게 권한을 행사하며 음식 같은 필수품이나 보호를 제공하는 대신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수감 중인 범죄조직 간부들에게 교도소는 오히려 안전한 피난처일 뿐이다. 갱단 간부들은 그곳에서도 조직과 사업을 운영하며 살인과 납치 명령을 내리고 미국·유럽으로의 마약밀매를 총괄한다.
NYT는 심지어 범죄조직 간부는 일부는 가족을 불러와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실의 원인에 대해 NYT는 각국 정부가 지난 20년간 범죄를 엄격히 처벌하게 되며 수감자 수가 급증했지만 교도소 관리 예산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가벼운 수준의 마약 범죄에도 유죄 판결을 더 많이 내리고 형량도 길어지면서 대부분의 교도소가 수용인원 한계를 넘었다. 미주개발은행에 따르면 중남미의 교도소 인구는 2010∼2020년 76% 급증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교도소보다 범죄 단속을 위한 보안군에 예산을 투입했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교도소 수감 인원이 가장 많은 국가인데 수감자 1명당 지출은 하루에 각각 14달러와 20달러로 미국(117달러)과 큰 차이를 보인다.
재정과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교도소가 범죄조직 세력에 압도돼 이들에게 통제권을 내주는 등 사실상 굴복한 상태라는 것이다. 교도관 월급도 낮다보니 수감자들이 건네는 뇌물을 뿌리치지도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에콰도르를 꼽았다. 지난 1월 당선된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갱단 간부 여러 명을 가장 경계가 삼엄한 시설로 이송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사전에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송 대상 중 한명이 교도소 안에서 사라졌고, 이를 찾는 과정에서 전국 교도소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 수감자 수십명이 탈출했다.
갱단은 교도소 밖에서경찰관을 납치하고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폭탄테러까지 벌였다. 무장 괴한들이 TV 방송국에 난입해 직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수감자들은 폭력조직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재범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켈리느 무니스 전 리우데자네이루주(州) 보안국장은 "교도소가 (범죄조직의) 인력 충원을 위한 공간이자 조직원의 충성심을 쌓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