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빠른 철수를 위해 기동이 어려운 부상자를 남겨두고 떠났다는 증언이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군이 17일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할 당시 한 병사가 "(부상자) 300명은 남겨두고 모든 것을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남겨진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들은 얼마 뒤 이곳을 장악한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됐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아우디이우카 남부의 핵심 방어 거점 제니트에서 주둔했던 제110여단 소속 병사 빅토르 빌리아크는 한 지휘관이 부상자를 대피시키지 말 것을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부대 전체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면서 지휘관 명령에 따라 병사 6명이 제니트에 남겨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병사 6명 가운데 1명인 하사 이반 즈히트니크(30)의 누이 카테리나는 앞서 즈히트니크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참상을 전했다.
카테리나는 철수 이틀 전인 15일 즈히트니크와 영상통화를 했는데 이때 즈히트니크는 "두 다리가 모두 부러졌고 등에는 파편이 박혔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모두 떠나고 후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즈히트니크는 낙오된 병사 6명 가운데 4명이 자기처럼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테리나는 "그들(부상자)은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대피)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당시 진지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서 남긴 약과 식량마저 고갈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즈히트니크는 부상자 대피와 관련해서는 아우디이우카 접근이 어려워진 우크라이나군 대신 러시아군이 자기들을 데려가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고 카테리나는 말했다. 그러나 즈히트니크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6일 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가 아우디이우카의 군부대 시설에서 촬영했다며 전사자 여러 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는데 시신 중 즈히트니크가 있었다고 카테리나는 말했다.
제니트 진지에 있던 부상자 가운데 총 몇 명이 숨졌는지, 정확한 사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부투소프는 "러시아군이 억류돼 움직일 수 없는 무력한 비무장 부상자들을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제110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니트 진지가 포위된 후 부상병을 대피시키기 위해 러시아군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나중에 러시아군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들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