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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그룹 익스포저만 20조원…해외부동산 쇼크 남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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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침체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주요 금융 그룹들도 조만간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해외부동산 관련 대출·투자 자산 규모가 모두 20조원에 이르는 데다, 가장 취약한 북미 지역 부동산에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금융그룹의 실사 결과 이미 요주의·고정 이하 수준으로 분류된 위험 자산 비중이 15%를 훌쩍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은 지난해 이미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장부에 반영했지만, 미국 등 해외 부동산 부진이 이어질 경우 올해 더 많은 손실을 인정하고 막대한 충당금도 쌓아야 할 처지다.

◇ 북미 부동산 비중 56%…은행·증권·보험 수조원씩 위험노출

18일 연합뉴스가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부동산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외부동산 관련 펀드를 비롯한 수익증권 투자와 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20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북미(미국·캐나다) 지역 부동산 관련 건만 약 11조4천억원으로, 비중(55.9%)이 절반을 넘었다.

업권별 익스포저는 5대 금융그룹 계열 은행(7조5천333억원)이 가장 많았고, 이어 증권사(3조5천839억원)·생명보험사(2조7천674억원)·손해보험사(1조6천870억원) 등의 순이었다.

◇ 대출자산만 따져도 3∼8% 이미 '고정 이하' 부실

최근 수년째 미국 등 해외 부동산 시장이 높은 공실률의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서, 5대 그룹의 관련 대출·투자 자산의 건전성도 급격히 나빠지는 추세다.

A금융지주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해당 그룹의 대출·투자 등 해외 부동산 관련 자산에 대해 전수 실사를 거쳐 공정평가한 결과, '고정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자산 비중은 5.1%로 집계됐다.

여기에 '요주의' 등급(11%)까지 더하면 손실 문턱을 넘었거나 눈앞에 둔 해외부동산 자산이 전체 익스포저의 16.1%에 이르렀다.

나머지 4개 금융그룹은 대출자산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건전성 평가 결과를 내놨는데, 그룹에 따라 '고정 이하' 여신이 전체 대출의 2.7∼8.0%를 차지했다.

◇ 5대 금융그룹, 작년 실적에 해외부동산 손실 1조550억 반영

이처럼 해외 부동산 관련 자산의 부실 규모가 점차 커지자 각 금융그룹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장부에 이들 손실을 반영하고 있다.

5대 금융그룹이 일단 작년 실적에 계상한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 규모만 1조550억원(손실 9천550억원+관련 충당금 1천억원)에 이른다.

예를 들어 B금융그룹의 경우 계열 증권사가 유럽 국가 오피스 수익증권에 투자한 건에서 발생한 400억원의 손실을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공실률이 뛰면서 손실 인식이 불가피했다는 게 해당 그룹의 설명이다.

C금융그룹도 해외 4개 도시 오피스 대상의 부동산투자신탁 상품과 관련해 300억원을 작년 말 손실로 처리했다.

◇ 해외부동산 펀드 1조원어치 판매…만기연장으로 손실 늦춰

해외 부동산 침체는 관련 대출이나 투자를 집행한 주요 금융사의 건전성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은행·증권사 등이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펀드 등 수익증권을 쪼개서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판매했기 때문이다.

현재 5대 금융그룹의 해외부동산 펀드(사모·공모) 판매 잔액은 총 1조163억원으로, 이 가운데 4천66억원(상반기 1천980억원·하반기 2천86억원)어치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만기 도래한 해외부동산 펀드에서 확정된 손실은 지금까지 57억원 정도다.

하지만 현시점의 확정 손실 규모가 수 십억원 뿐이라도 관련 잠재 손실 위험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손실이 불가피한 경우 투자자 간 합의를 통해 만기를 연장해가며 손실 확정 시점을 늦추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며 최대한 시간을 끄는 셈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예를 들어 유럽 한 국가의 오피스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가 많이 팔렸는데, 오피스를 매입해 펀드 운용 기간 중 임대 수익을 재원으로 배당하고 최종 매각 가격에 따라 펀드의 최종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하지만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공실 증가,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투자 수요 감소 등으로 감정 평가액이 떨어지고 매각이 지연 또는 불발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 "선순위라 문제 없다"면서도…현장실사·신규 취급금지 등 비상 대응

5대 금융그룹은 일단 지금까지는 해외 부동산 관련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대부분(해당 금융그룹 계열 은행 기준 약 80%)이 선순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채권 회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B금융지주 관계자도 최근 작년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가 선순위에 있고, 해당 충당금도 충분한 수준으로 쌓았다"며 주주와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 속에 해외 부동산 관련 개별 대출·투자 건에 대해 정밀 실사를 서두르는 등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의 대체투자 자산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면서, 해외 부동산 관련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 관리 자산을 위험 수준별로 분류해 월·분기별로 관리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해외 부동산 현장 감리와 실사를 통한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부동산 금융 한도 관리 기준을 세분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해외 부동산에 대한 주기적 점검과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특히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원칙적으로 신규 취급을 금지한 상태다.

우리금융은 월별 위기대응협외희·경영협의회를 통해 해외 상업용 부동산 자산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2024년 상반기 리스크 관리방향 가이드'를 마련해 해외 부동산 관련 대출과 투자를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NH농협금융도 해외 부동산을 대상으로 전수 감리를 추진하고, 충당금 추가 적립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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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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