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에도 북한 동결 자금을 일부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동맹국의 정보 관료들을 인용, 러시아가 자국 금융기관에 묶여있던 북한 자금 3천만달러(약 400억원) 중 900만달러(약 120억원)의 인출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이 돈은 북한이 원유를 구입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정보 관료들은 말했다.
제재로 국제금융망에서 퇴출당한 북한이 복귀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도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관료들은 북한의 유령회사가 최근 친러시아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에 있는 또 다른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의 국제금융네트워크 접근을 차단한 유엔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북한의 동결자금을 해제하고 국제금융망 접근을 도왔다는 정황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를 이전한 뒤에 나왔다.
이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같은 금융거래는 북러 간 지속적인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NYT는 설명했다.
미 당국은 북러 간 은행 관련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이러한 합의가 북한이 무기 이전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으려는 지에 대한 미국의 예상에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그간 유엔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북한 자산 동결, 국제금융거래 차단 등의 제재를 적용해왔다.
지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로 북한을 국제금융망에서 고립시켰던 후안 자라테 미 전 재무부 차관보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고 금융·상업 불한당이 되겠다고 기꺼이 루비콘강을 건너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라테 전 차관보는 러시아가 풀어준 900만달러가 상대적으로는 적은 금액이지만 북한은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어떤 대안적인 방법이라도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망 접근권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바라는 목록 중 하나일 뿐, 가장 바라는 것은 위성, 핵잠수함 등 첨단 군사 장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게 핵 등 군사 전문기술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구미에 맞는 일일 수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 전문가를 지낸 수 킴은 북러가 서로 이득을 보며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러시아가 소중하게 여기는 비밀을 그냥 줄 만큼 신뢰가 두텁지는 않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여전히 대북 제재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러시아는 숨길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진=연합뉴스)